지난 7일 저녁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2009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은 지난해에 이어 후기 낭만주의 음악의 정점에 있는 '말러'의 음악을 메인 프로그램으로 정했다.
정명훈의 지휘봉이 움직이자 모차르트의 '오보에, 클라리넷, 호른, 바순, 오케스트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K297'의 서주가 제시됐다. 1년 만에 재개관한 공연장이 오케스트라의 정돈된 현의 선율을 적절히 감싸안았다. 카이사이(남덴마크 오케스트라 오보에 수석), 치유모(런던 심포니 클라리넷 부수석), 케마(디트로이트 심포니 바순 부수석 , 한샤오밍(게르만 라디오 필하모닉 호른 수석) 등 4명의 중국 협연자들은 독주 악기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오케스트라와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날 연주회의 후반부를 장식한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에서 보여준 정명훈과 APO의 연주는 지난해 '5번'을 연주했을 때의 그들이 아니었다. 당시 정명훈이 급격한 템포 변화 등을 지양하는 모습을 종종 보이며 격정적인 말러의 표출과 거리를 두었다. 하지만 올해 정명훈은 절묘한 완급 조절을 통해 극단적인 쾌락과 절망감, 그 사이를 오고가는 격정 속 말러의 세계를 APO 단원들과 절묘한 완급 조절을 통해 표현했다. 자연의 소리를 의미하는 바이올린의 지속하는 '라'음이 작품의 서주를 열었다. APO의 관악 주자들은 적절한 타이밍으로 가세하면서 새 소리를 표현했다. 멀리서(무대 밖에서 연주) 울리는 병영의 기상나팔에 이어 1주제(가곡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중 두 번째 곡)가 제시됐다. 적어도 1악장에선 여타 지휘자들과 차별되는 모습은 감지되지 않았다.
낙관적인 2악장은 렌틀러(오스트리아 민속무곡)가 지배한다. 정명훈은 적절한 리듬과 함께 순간순간 표출되는 힘을 통해 극적인 측면을 부각시켰다. 3악장에서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의 베이스 수석 보유안의 솔로는 쾌락과 절망감 등 이중적인 면모를 잘 표출하며 악장 전체를 이끌었다. 이는 휴지 없이 시작하는 4악장으로 적절히 연결됐다. 마지막 악장에서 정명훈은 휘몰아치는 포르티시모의 총주로 시작하는 지옥의 주제와 천국의 주제라 일컬어지는 서정적인 2주제를 극명하게 대비시키며 격정적인 말러를 펼쳐보였다. 천국의 주제가 개가를 울리며 코다로 끝맺는 재현부의 마지막을 너무 조급하게 마무리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반대급부로 생각하면 이날 연주의 특징 중 하나였던 '격정적인 말러'를 여실히 드러낸 부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