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5일 광복절에 일본에 질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을 이끄는 이성희(GS칼텍스) 감독은 14∼16일 목포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2009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풀 H 투어를 앞두고 걱정이 태산 같다.

   15일 오후 5시30분 숙적 일본과 대결하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리 여자배구는 일본에 밀리는 게 사실이다.

   일본에서는 남자보다 여자배구의 인기가 앞선다. 올림픽에서 일찌감치 메달을 따낸 후광을 등에 업고 프로리그도 V-프리미어리그, V-챌린지리그로 나눠 21개 팀이 경합할 만큼 저변이 넓다.

   지난 8일 오사카에서 열린 이번 대회 일본과 첫 대결에서 한국은 1-3으로 역전패했다. 일본의 간판 구리하라 메구미에게 서브 에이스를 8개나 내준 게 뼈아팠다.

   이성희 감독은 이를 의식한 듯 "서브 리시브와 수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목표는 2승이다. 두 번째 승리의 제물이 일본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부터 9개국을 돌아가며 투어 대회 형식으로 진행되는 그랑프리대회에서 한국은 1승5패로 12개 팀 중 11위에 처져 있다.

   지난 9일 푸에르토리코에 첫 승리를 따낼 때까지 러시아, 중국, 도미니카, 러시아, 일본에 연달아 5패만 떠안았다.

   그나마 러시아와 두 번째 대결에서 풀세트 접전을 벌인 것이 기대를 하게 할 만한 플레이였다.

   일본에서 열릴 이번 대회 결승라운드 진출은 사실상 어렵다. 일본을 제외한 5개국이 결승라운드에 올라가는데 국내에서 펼쳐질 이번 투어에서도 한국이 1승을 챙기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14일 오후 4시 독일, 15일 오후 5시30분 일본, 16일 오후 5시30분 브라질과 차례로 맞붙는다.

   예선 전적 6전 전승에 단 세 세트밖에 내주지 않은 브라질을 이기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독일과 일본 중 한 팀을 잡는 것이 목표이다.

   이성희 감독은 "선수들이 일본 만큼은 이번에 설욕해 보겠다는 의지가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대한배구협회 관계자는 "8.15 광복절에 일본과 대결을 잡은 것이 우연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만큼 선수들의 투지를 자극하겠다는 뜻이다.

   한국 대표팀은 에이스 김연경(JT마베라스)을 비롯해 김민지(GS칼텍스), 김세영(KT&G) 등이 주축이다.

   흥국생명에서 뛰다 일본 리그에 임대된 김연경도 일본과 라이벌전을 앞두고 곧장 목포로 날아와 훈련에 동참하고 있다.

   이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대표팀 세대교체를 했기에 미완의 상태로 남아있다. 원정을 다니면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남자대표팀이 월드리그 국내 경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줘 우리도 부담이 적지않다. 지켜봐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