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유전 (남한산성운영위원장 겸 경기문화재연구원장)
[경인일보=]이탈리아 로마에서 지난 7월 17일부터 8월 2일까지 벌어졌던 제13회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세계신 39개를 수립하는 수확을 얻고 막을 내린 지도 열흘이 더 지났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올림픽에 대비한 중간점검의 기회이며 어떻게 보면 단일 종목의 세계선수권대회라 오히려 올림픽보다 더 무게가 있는 경기라 할 수 있다.

이번 이탈리아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박태환 선수에게 걸었던 국민의 기대는 남달랐다. 국민들의 성원과 희망을 한 몸에 안고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박 선수의 늠름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고 국민들은 모두가 세계수영계를 흔들어 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한 기대는 전 노무현 대통령의 예기치 않은 죽음, 용산 재개발 지역의 참사, 미디어 법 국회통과에 따른 야당의 길거리정치, 평택의 쌍용자동차공장 노사간의 장기간 충돌 등 사회가 하루도 편한 날이 없어 국민들은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이러한 때에 박 선수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참가는 마음의 청량제나 다름없었다.

그만큼 국민의 기대가 컸고 가슴은 부풀었다. 마치 세계 수영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세운 2007년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에 이어 지난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400m 예선탈락에 이어 200m에서는 결승전 진출에 실패하고 나서 미국 전지훈련에 주력했다는 1천500m도 결국 예선탈락하고 말았다. 정말 국민들의 가슴은 놀랐다기보다는 비참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제 결과를 놓고 되돌아보면 당연한 귀결임을 알 수 있다.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은 무엇보다도 시차적응을 위해 다른 선수들보다 먼저 현지로 갔다고 보도되었으나 시차적응이 아닌 광고 촬영을 위한 것임이 드러났고, 훈련에 있어 전담팀과 대표팀을 왔다갔다하며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훈련을 할 수 없었다는 것과 전담코치가 없었다는 것이 치명적이었고, 훈련량도 부족했다는 것 외에 모든 것이 고질적인 우리나라 수영계의 파벌에 따른 주도권 쟁탈에 있었음도 밝혀지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박 선수를 둘러싸고 있는 어른들의 잘못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어른들의 잘못보다도 모든 것은 선수 본인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 이후 훌쩍 커 버린 박 선수를 통제하거나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었고 오로지 비위만 맞출 뿐 제어는 불가능했음이 드러났을 뿐 아니라 부모조차 아들을 쉽게 다루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고 하니 말 다한 것 아닌가. 다행히 그의 인터뷰를 보면 국민여러분만큼 본인도 자신한테 실망과 아쉬움이 남고 베이징올림픽 이후 마음이 느슨해져 있었고 정신적으로도 풀려 있었다고 한다.

이번 대회에 자극을 받아 태극마크를 처음 달았던 중학교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이것은 분명 변명이 아닌 자신의 반성차원의 인터뷰임을 알 수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는 앞으로 3년의 기간이 남아 있다. 2012년 올림픽 2연패를 이루기 위해서는 앞으로 남은 3년간의 시간에 지금까지 분석된 어른들의 잘못을 하루빨리 고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박 선수의 나이 이제 스무살이므로 이제는 미성년 어린이가 아니다. 또한 청년이 되었으므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어른을 탓하기 전 자신을 철저하게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어떤 유혹에도 초연해야 하고 오로지 훈련을 통해 기록과 싸워야 한다.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면 한순간에 굴러 떨어진 스타들의 전철을 밟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하면 앞으로도 희망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번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반면교사로 삼아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고통을 극복해 오는 런던올림픽에서 이번 대회에서 추락한 명예를 다시 회복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박태환 선수 힘내고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