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농구가 제25회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레바논의 벽에 막혀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14일(이하 한국시간) 중국 톈진의 톈진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7일째 8강전 레바논과 경기에서 65-68로 져 5~8위전으로 밀려났다.
한국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4강에 들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도 4강에 들지 못하고 5위로 대회를 마친 적이 있다.
미국-레바논 이중국적자들인 잭슨 브로먼(12점.9리바운드)과 매트 프레이즈(14점.7리바운드)는 경기 시작 전부터 화려한 덩크슛으로 몸을 풀며 한국 기죽이기에 나선 듯했다.
그 뿐만 아니라 브라이언 페갈리 등 이중국적 선수들이 더 있는데다 '아시아의 마이클 조던'이라 불리는 파디 엘 카디프(10점)가 있는 레바논은 넘기 어려운 상대처럼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은 김민수가 발목 부상으로 뛸 수 없는 악재까지 겹쳤다.
그러나 한국은 생각보다 잘 싸웠다. 전반을 33-32로 앞선 채 마친 한국은 3쿼터에 부쩍 힘을 내 10점 차까지 앞서기도 했다.
36-38로 뒤지던 3쿼터 종료 5분47초를 남기고 김주성(14점.4리바운드.4어시스트)의 2점을 신호탄으로 양희종(9점.7리바운드)의 레이업슛, 방성윤(8점)의 3점포, 오세근(12점.4리바운드)의 자유투 등을 묶어 내리 12점을 넣어 48-38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다음 날 중국과 준결승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순간 갑자기 한국 선수들의 체력이 뚝 떨어졌다.
미국 선수들과 다름없는 레바논 선수들을 상대로 경기 시작부터 거친 몸싸움과 수비에 열중해 이때까지는 선전했지만 떨어진 체력에 대한 해답이 없었다.
프레이즈의 3점슛으로 추격에 시동을 건 레바논은 로니 파헤드(21점.6리바운드)가 3점슛 동작 중 얻은 자유투 3개를 다 넣으며 순식간에 4점 차로 따라왔다.
3쿼터 종료와 함께 약 8m 거리에서 파헤드가 집어던진 버저비터가 들어가 49-49가 되면서 분위기는 레바논으로 넘어갔다.
기세가 오른 레바논은 4쿼터 시작과 함께 파헤드가 또 자유투 2개를 넣으며 앞서가기 시작했고 이어진 파헤드의 중거리슛, 프레이즈와 파헤드의 연속골 등으로 경기 종료 2분50초 전에는 62-50까지 오히려 달아났다.
한국은 48-38 이후 자유투로만 2점을 넣는 동안 무려 24점을 헌납하는 난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4쿼터 막판 한국은 3점포로 맹추격에 나섰다. 강병현(9점)이 3점슛 2개를 연달아 꽂고 김주성 역시 3점포로 뒤를 받치며 점수 차를 좁힌 것.
종료 1분16초를 남기고는 오세근이 점프슛을 넣으며 61-63까지 따라붙어 재역전 희망을 부풀렸다.
그러나 레바논은 53초를 남기고 알리 카난(3점)이 역시 중거리포로 맞받으며 다시 4점 차로 달아났고 한국은 20초 전 양동근(3점)이 3점슛을 꽂아 1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레바논은 14초를 남기고 엘 카디프가 자유투 2개를 다 넣었고 반면 한국은 강병현이 10초를 남기고 얻은 자유투 2구째를 놓치고 리바운드를 노렸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게다가 강병현이 언스포츠맨라이크 반칙으로 자유투 2개와 공격권을 내주며 승부가 갈렸다.
한국은 15일 밤 8시에 대만과 5~8위전을 치른다. 이번 대회 4강은 이란-요르단, 중국-레바논으로 열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