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혼을 고취시키고 한민족의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장승을 제작·기증해 준 경기도민에게 교민을 대표해서 감사드립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2일 장승 제막식을 위해 도착한 경기도 방문단을 총영사관저에서 맞은 김재수 LA 총영사의 얼굴에는 감격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김 총영사는 "100여년에 이르는 미국 이민역사 중에서도 이번 장승 제막식은 아주 중요한 역사적인 일이고, 교민사회의 단합과 세대-지역간 화합을 촉진시키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경기도와 캘리포니아주, 더 나아가 한-미간 우호증진과 문화 경제교류가 더욱 확대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일본에 벼농사를 보급하고 불교를 전파한 우리 역사의 우수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미국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부정적으로 기술된 우리 역사를 바로 잡고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6·25 전쟁 등에서 큰 공을 세워 교민들의 영웅인 김영옥 대령의 이름을 딴 '김영옥 중학교'가 오는 10월에 개교를 앞두고 있고, 새로 세워지는 고등학교 이름도 '세종대왕 고등학교'로 붙이기 위해 한인사회가 한마음으로 나서고 있다"며 "LA에서 날로 높아지는 한국 교민들의 위상과 확대되고 있는 영향력에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교민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한국전통건물 건립, 한국상징 정원 조성, 민속벽화 그려주기 등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현실적으로 힘에 겹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LA 대학입시 학점 인정 AP시험 과목에 한국어 과목을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김 총영사는 "현재 일본어와 중국어 과목은 채택, 한국어를 AP시험 과목에 포함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며 "한국교민들의 영향력과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김 총영사는 "교민사회는 물론 총영사관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고국에서도 적극적으로 성원해 주기를 바란다"고 부탁했다.
지난해 5월 재외동포 중 최초로 외교공관 수장으로 부임한 김 총영사는 1981년 가족이민으로 LA에 가 캘리포니아주립대학에서 정치학 석사, 웨스턴스테이트 법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8년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1995년 워싱턴 DC 국제변호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지난 2007년부터 2년간 인하대학교 법대 겸임교수를 역임하는 등 경인지역과는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다.
※ 인터뷰 / 김재수 LA총영사
"교민사회 단합 촉매 기대… 한·미우호 더 돈독해지길"
우리 정부는 지난 1976년 미국독립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보신각 건물과 함께 에밀레종을 그대로 본따 '우정의 종'을 제작, 미국에 기증했다. 이때 종각을 건축하고 남은 목재를 활용해 교민들이 직접 만들어 세운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은 지난 33년간 고국이 그리울 때 향수를 달래게 한 고향의 상징과 같았다. 하지만 이 한쌍의 장승은 태평양에서 거세게 불어오는 해풍과 작열하는 태양빛에 해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삭아서 형태를 잃어갔다. 이를 안타까워한 교민들은 손수 나무를 구해 떨어져 나간 장승 조각을 만들어서 덧붙여가며 혈육을 돌보듯 힘겹게 장승을 지켜왔다.
이에 5년전 뜻있는 LA 교민들은 보존위원회를 만들었다. 보존위원회는 장승 교체건립을 위해 교민들을 대상으로 모금운동을 펼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힘을 모았지만 새 장승 제작은 쉽지 않았다.
그러다 해외교민들이 한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게 하기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던 (사)해외동포 책보내기운동협의회와 손이 닿았고, 보존위원회의 안타까운 사정은 경기도의회와 경인일보를 통해 경기도에도 전해졌다. 경기도의 전격적인 재정지원으로 장승제작은 물 흐르듯 진행됐다.
중요무형문화재 108호인 목아 박찬수 선생의 손길을 거친 장승 한 쌍은 드디어 LA에 도착했고, 이날 감격적인 제막식을 갖게 된 것이다.
장승교체 제작을 성사시키기 위해 수차례 한국을 방문하는 등 산파역을 한 보존위원회 이봉수 이사장은 "장승제작이 생각보다 조기에 성사돼 말할 수 없이 기쁘다. 이를 위해 아낌없는 협조를 해주신 경기도의회, 경인일보사, 그리고 경기도민의 정성을 모아 장승제작 경비를 지원해 준 경기도에 감사한다"고 감격했다.
장승 제막식을 총지휘 한 보존위원회 박상준 위원장은 "새로운 장승은 교민들 모두가 더욱 우리문화에 대해 자긍심을 갖게 되고, 고국발전을 위해 모두 노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새로 세워진 장승을 본 교민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았다. 제막식을 마친 장승 옆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함께 행사장을 찾은 어린 자녀와 손자손녀들에게 장승에 대해 설명하며 떠나온 고향마을 어귀에 세워져 있던 장승을 떠올리는 듯한 얼굴들에는 그리움과 고마움이 교차했다.
수년동안 LA 교민사회의 커다란 과제였던 장승 교체가 성사됐지만 보존위원회에는 또 하나의 과제가 남아있다.
우정의 종을 지탱해 주고 있는 고리가 30여년의 세월동안 해풍에 심하게 부식, 언제 떨어져 나가 우정의 종이 파손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각 단청도 심하게 색이 바래서 문양을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 보존위원회 회원들은 "보기에 흉하다고 함부로 손을 댈 수도 없고 그냥 내버려 두자니 마음이 아프다"며 말끝을 흐렸다.
한편 현지시간으로 14일 오후 7시 LA 가든스위트 호텔에서 치러진 전야제에서 보전위원회는 우정의종 보존위원회 한국후원회장으로 송광석 경인일보 사장을 전격 위촉했다. 진종설 도의회의장과 송 사장, 손석우 (사)해외동포 책보내기운동협의회 이사장은 보존위원회로부터 장승제작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감사패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