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호 (이천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
[경인일보=]중국에 몇 번째 발을 딛게 되는 걸까? 몇 차례 중국땅을 밟으면서 그 행보의 목적에 따라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본다. 때로는 순수하게 여행을 위해, 때로는 업무의 현장으로, 때로는 학술회의차 자료수집의 목적 등으로, 이번엔 중국어연수 기회로 중국과 인연을 맺었다.

얼핏 생각하면 외국어를 배운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도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 속해 있으면서, 각자의 형태와 관습에 따라 그 커뮤니케이션이 상이한 중국, 한국, 일본, 대만 등의 인접 국가들을 고려해 보면 언어 자체만의 관건은 아닐듯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 9년째 전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중국 랴오닝성 교류과정은 중국어 학습을 넘어 현지생활과 체험을 통한 중국의 역사·문화·사회·경제 등에 대한 종합적 연수프로그램이었다. 중국 선양에서의 4주간 연수생활 중 중국어와 문화에 관해 느낀 바이다.

중국의 개혁개방 30년은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에 대한 변환의 서막이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자유주의 시장경제로의 전환(예: 베이징 Con-census), 서북공정·동북공정이라는 중국사회 내부의 민족통합(漢族으로의 同化), 신지식과 사상의 집대성 등이 그것이다. 여러 국면의 흐름 중 신유학(新儒學)과 중국어의 확산은 21세기 또 다른 문화적 신중화주의나 다름없다. 언어와 사상을 통한 중화주의의 상징적 확산이다.

지난 2005년 공자 탄생 2556년을 맞아 중국 취푸(曲阜)에서 가장 성대한 제공대전(祭孔大典)이 거행되고 동시에 CCTV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했다. 또한 중국 인민대학에서는 국학원을 중국사회과학원에서는 유교연구중심(儒敎硏究中心)을 세우고 유장(儒藏) 운동을 진행시켰다. 중국내 뿐 아니라 2004년 서울에 세계 최초로 공자학원(孔子學院)을 세운 이래 지금까지 69개국에 238개를 설립했다.

우리 연수단을 위한 '중국전통문화(中國傳統文化)' 강의에서는 더 나아가 20세기 이후 진행된 신유학의 문화를 강조하는 의도 또한 중국적 사유의 확산과 다름없다. 이러한 트렌드는 춘추시대 백가쟁명의 시대적 맥락과 21세기 국제정세의 상황을 동일시하여 유학사상을 재현한 메시지였다. 공자의 인본주의·도덕윤리에 대한 오늘날의 새로운 해석과 응용이다.

중국의 또 다른 신중화의 핵심은 중국어(漢語와 漢字)의 확산과 보급이다. 주지하듯 중국은 56개의 공식적 민족으로 구성된 국가이다. 역사적으로 민족마다 언어와 문자가 상이하지만, 절대다수인 한족의 문자와 언어를 사용토록 강제할 뿐만 아니라 공자학원 등의 교육지원을 통하여 언어와 사상을 전파하고 있으며, 오늘날 가장 많은 인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임에 틀림없지만 그 영향력을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중국은 국제정세의 중심에서 힘을 행사하고 있다.

언어는 문화를 상징적으로 전파하는 도구이다. 우리가 중국어를 배우는 행위 이면에는 그들의 사상과 문화가 기저에 깔려 있음을 간파하는 것이 호혜적 교류를 위한 첫 걸음일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도인재개발원 중국 랴오닝성 교류과정은 공직자들에게 국제화시대 공공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한 더 없이 유의미한 프로그램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