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영 (인하대 교수·객원논설위원)
[경인일보=]한반도는 지금 전환의 국면에 있다. 국제적으로는 북핵 문제로 촉발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제도화 되어 가는 와중에 클린턴의 방북을 통해 새로운 북-미관계의 모색이 조심스럽게 논의되고 있다. 두 여기자의 석방이라는 사건보다는 김정일과 북한에 대한 클린턴의 보고서와 클린턴과 오바마의 조용한 면담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어떤 방식으로든 철회하면서 북한에 대한 태도를 바꿀 수 있을까. 과연 북한 핵의 불인정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모색할 수 있을까.

국내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별세에 따라 3김 정치라는 한국 정치의 반 세기가 완전히 마감되어 가고 있다. 더군다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별세도 더해져서, 민주화 이후 지금까지 한국정치를 구분하던 진보와 보수의 틀마저 퇴색하고 있다.

의회정치 밖의 '거리정치'를 벌이고 있는 민주당과, 내부 분열과 무기력으로 인한 '방향상실'의 한나라당의 차이는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과연 국내 정치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은 나타날 것인가.

여기에 남북관계도 변화의 물결에 서 있다. 현정은 회장의 방북과 이에 따른 북한의 '일방적'인 남한에 대한 제재조치의 철회,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에 이은 대통령 예방과 남북간 고위급회담은 이명박 정부 들어 지속되던 남북관계의 경색을 깨는 계기가 될 것인가 주목받고 있다. 과연 북한이 남한에 대한 전통적인 통일전선전술에서 변화가 있어, '뜨거운 민족애'로 통 크게 접근하는 것인지, 아니면 국제사회의 제재를 각개격파로 돌파하려는 목적에서 남한을 과도기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인지 아직은 분명하지가 않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지속적인 움직임도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서서히 극복되어 가는 조짐 속에서, 한국과 중국과의 경제적인 협력은 더욱 밀접해져가고 있다. 아마도 경기가 다시 좋아지면 원래 제1의 무역국이자 제1의 투자국인 중국에 대한 한국 경제의 의존과 결합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6자회담의 의장국인 중국은 북한에 대한 밀사외교와 사실상의 경제 제재라 할 국경통관 검색의 강화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압박하면서, 사실상 새로운 세력균형에 기초한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모색은 남북한의 현상 유지가 기본이다. 과연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어디까지이고, 북한은 '주체적인' 독립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현재 이렇게 나타나고 있는 국내외적인 변화의 조짐은 한반도가 서서히 새로운 거대 국면전환 시기로 다가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변화는 국제정치와 국내정치가 서로 엉킨 가운데 남북관계라는 변수가 더해져서 소용돌이 치듯이 나타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숲속에 있으면 숲의 전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거대한 소용돌이 같은 변화 속에서, 국내정치, 남북한, 한-미, 한-중 그리고 동북아의 국제정세를 개별적으로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국면전환의 시기에는 과감하게 숲의 바깥으로 나와 거대한 역사 흐름 속에서 한반도와 민족의 미래를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19세기 말 열강대립속의 한반도 격랑기와 2차세계대전 전후 처리시기의 국내 정치의 혼란을 주목하면서, 냉혹한 국제정치 질서를 넘어서는 한반도의 민족생존과 번영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우주로 비상하는 나로호의 힘찬 기상을 한민족의 미래로 생각하고, 우주에서 한반도를 바라보는 냉정하면서도 객관적인 태도로 한반도의 현재를 생각하여야 한다. 거대한 국면전환의 시기, 소탐대실하지 않도록 역사와 미래를 조망하여 현재를 분석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의 변화는 분열이 아닌, 민족과 국가의 통합이라는 국운상승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