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에서 산으로 길게 이어진 강화산성의 윤곽이 뚜렷하다(사진 왼쪽, 남장대~남문~동문~북장대 구간). 하지만 지금(사진 오른쪽)은 윗부분은 다 헐리고 밑의 일부만 남아 옛 일을 희미하게 증언하고 있다.
[경인일보=김종호·정진오기자]이번 문화재청의 강화문화권 재지정의 초점은 7가지 유적의 정비에 맞춰져 있다. 사업 내용도 삼랑성, 강화산성, 강화외성, 고려궁지, 고려왕릉, 초지진, 선원사지 등에 대한 성벽정비와 탐방로 정비, 토지매입, 발굴지 정비 등이 대부분이다.

바로 이 부분부터가 잘못돼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문화재나 유적은 그 겉모습을 보존하거나 복원하는 일도 무척 중요하지만 그것을 만든 본디 정신을 찾아내는 게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화에는 무궁한 이야기를 주는 선사문화 유적에서부터 남한 유일의 고려문화 집합처이자, 구한말 제국주의와 온몸으로 맞서 싸운 현장으로서의 가치가 산적해 있지만 정작 그 문화적 원형을 연구하는 일에는 소홀했다는 얘기다.

이 문제는 결국 강화가 자칫 전국 권역별 문화권에서 소외될 뻔한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내몰리게 됐다. 문화재청이 2008년부터 시작되는 제4차 문화권 유적정비 5개년 계획에서 강화를 뺀 것이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이나 '강화 문화권'으로서의 위상을 인정받았던 강화가 이 기간 지역사회의 관심이 얼마나 적었으면 빠졌을까 싶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강화를 연구할 국립 기관의 설립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인천시와 강화군이 공동으로 연구기구를 설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원에서는 최근 연구원 내에 '강화연구센터'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기관의 집중적인 지원과 관심이다.

심경호 고려대 교수는 "강화는 선사시대 고인돌과 참성단 등 상고시대의 유적을 지닌 곳으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반외세 항쟁의 기지이자, 팔만대장경판각, 고려청자 제작, 금속활자 주조 등 민족문화를 발화시킨 산실이기도 하다"면서 "앞으로 우리는 강화를 어떻게 새로 규정할 것인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용재 성신여대 교수는 "강화 지역의 개발, 그리고 강화 유적과 인문학 등에 대한 연구는 장차 강화 지역만이 아닌 우리나라 전체의 문화적·정신적 개발과 창조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고 요긴한 문제"라고 했다.

특히 강화는 남한에서 '고려의 모든 것'으로 봐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고려 유적이 많다. '고려'는 남북한 공통의 주제가 되기도 한다. 이를 활용해 남북 소통의 장으로 강화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정부 당국의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