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상욱 (와세다대학 상학학술원 특별연구원)
[경인일보=]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를 강타한 지 1년이 됐다.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은행(FRB) 의장이 100년에 한 번 올 사건이라 했을 만큼 그 충격은 만만치 않았다. 다행히도 현재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 세계 경제가 안정화되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미국 다우지수가 9천500선대를 회복했고, 7월 미 실업률도 9.4%로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월 대비 하락하는 등 개선조짐을 보였다. 영국과 유로 존(유로화를 사용하고 있는 유럽 16개국), 그리고 아시아권도 주가가 오르고 소비심리가 호전되는 등 고무적인 경제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썩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이번 글로벌 위기를 몰고 온 근원적 위험이 결코 작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세계 경제가 어떻게 진행될지 단정하기는 아직 무리다.

특히 구미 선진국의 금융기관들이 여전히 대규모 부실자산을 안고 있는 데다 그 동안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쏟아부은 돈을 언제, 어떻게 걷어들일 것인가에 따라 세계 경제흐름이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불확실한 경제상황에서 기업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불요불급한 비용지출을 가능한 줄이고,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등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놓치면 안 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내부통제(internal control)이다. 여기서 말하는 내부통제는 무슨 출입통제나 교통통제, 언론통제 등과 같이 강압적으로 억압한다는 것이 아니라 회사 임직원들이 법규나 사내규율 등을 잘 지키는지 등을 관리하고 점검하는 것이다.

본래 통제(control)라는 단어는 옛날 목장에서 양을 관리하기 위해 목장지기들이 양피로 만든 두루마리(roll)에 양이 몇 마리 있는지를 세서 적어 놓고, 이를 정기적으로 대조(contrast)해 확인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즉, 통제는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정확히 기록을 하고, 그 기록과 실제치를 비교해 본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내부통제는 회사 경영건전성과 적정성을 높여 경쟁력 강화는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향상과 사회적 신뢰까지도 얻게 해 준다. 이는 이미 여러 차례 위기를 견뎌 성공한 세계 유수 기업들의 경영사나, 내부 불상사로 인해 시장에서 퇴출된 기업들의 실패사례 연구 등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한 예로 일본 다이와은행은 지난 1995년 뉴욕지점에 나가 있는 직원이 은행 몰래 채권거래를 해 무려 11억달러의 손실을 떠안고 지점마저 폐쇄당했다. 더욱이 나중에 이 사실을 안 주주들에게 임원 1인당 적게는 1억7천만달러에서 많게는 7억7천500만달러까지 손해배상을 해 줘야 했다. 내부통제를 소홀히 해 빚어진 결과이다.

이외에도 임직원들의 태만, 업무소홀, 준법의식 결여 등으로 급기야 회사 문을 닫고 엄청난 사회적 비난을 받은 사례는 많다.

아무리 상품의 질이 좋고 훌륭하다 할지라도, 또 임직원들이 우수하고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부통제가 제대로 구동되지 않으면 순식간에 파산까지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기업, 특히 금융기관은 내부통제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이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내부통제를 단순히 경영자, 관리자들만이 알고 지시하는 수준으로 치부하거나, 내부통제만 잘하면 당장 영업실적이 올라가느냐 식의 그릇된 생각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내부통제에 대한 명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자사의 내부통제 수준과 내용을 체크해 충실히 시행할 가치가 있다.

내부통제는 업무효율성과 경영활동의 고품질화로 작금의 위기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뿐 아니라 내실을 다져 회사의 격을 높일 수 있는 요소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