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자란 갈대

새로 자란 갈대 사이에 끼여 있다

작년에 자란 갈대

껍질이 벗기고

꺾일 때까지

삭을 때까지

새로 자라는 갈대

전생의 기억이 떠오를 때까지

곁에 있어주는 전생의 모습

- 전생(全生)의모습 / 이윤학

전생의 기억에 이생의 것들을 생각한다. 이 시간이 지나고 저 생의 시간이 찾아오지도 않겠지만 새로 자란 갈대처럼 새롭게 남아 있는 것에 시인은 단상을 내리고 있다. 새로움의 시작들은 낡고 병든 것과 대조하지 않더라도 이 세상에 남아 있는 것들과 사라지는 것 사이에서 잡아주지도 놓아주지도 못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전생의 다음으로 이생이 오는 것은 분명 아닐지라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버리고 살아가는 지혜의 샘들은 순간의 판단에서 기인하지 않더라도 더 많은 것을 채울 수 있다. 길섶의 풀 한 포기도, 들판에 핀 잡초 하나도 긍정의 시선으로 지켜봐주면 더 아름답게 보인다. 굴곡의 시절을 현재 진행형으로 살아온 일들과 살아가는 동안, 작은 갈대 하나라도 쉽게 생각하고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되겠다. 이생에서 공기를 마시는 날까지 모두가 사랑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박병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