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태순 (변호사)
[경인일보=]류시화 시인을 유달리 좋아하는 필자는 류시화 시인의 시와 수필 속에서 삶의 지혜를 찾고는 하였는데 부장검사를 마지막으로 명예퇴임식을 할 때에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라는 시를 인용하기도 하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다른 사람들에게 즐겨 이야기한 내용은 류시화 시인이 인도 등지를 여행하면서 체험한 내용을 쓴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책에 들어 있는 '세 가지 만트라(신비한 주문)'에 대한 것이다.

이 책은 삶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자주 갖게 해주었는데, 어떤 요가수행자로부터 전수받았다는 세 가지 만트라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내 마음을 울리고 있다.

류시화 시인이 인생의 완벽한 스승을 찾기 위해 설산 히말라야를 헤매던 중 만났다는 요기는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주었다고 한다.

"이 세 가지 만트라를 기억한다면 그대는 다른 누구도 스승으로 섬길 필요가 없다. 그대의 가장 완벽한 스승은 그대 자신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첫째 만트라는 이것이다. 너 자신에게 정직하라. 세상 모든 사람과 타협할지라도 너 자신과 타협하지는 말라. 그러면 누구도 그대를 지배하지 못할 것이다.

둘째 만트라는 이것이다.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찾아오면 그것들 또한 머지않아 사라질 것임을 명심하라.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음을 기억하라.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넌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을 것이다.

셋째 만트라는 이것이다. 누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거든 신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마치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네가 나서서 도우라.

그런데, 마음 깊이 울리는 세 가지 만트라를 음미하던 중 살며시 나타나는 의문은 첫째와 둘째 만트라를 따르면 어떻게 된다는 부연 설명이 있는 반면 셋째 만트라를 따르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었다.

결론을 완전히 맺지 않고 열어둠으로써 더 많은 생각을 키워내려고 하는 것이 류시화 시인의 의도라고 혼자 생각하고는 여러 날을 되씹어 보았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셋째 만트라에 따르면 결국 '이 땅에 신이 의도하는 세상이 구현될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사람 사는 세상에 나타나는 기적이 사람의 손을 통하지 않고 이루어진 것이 있는가. 신이 도와줄 것이라고 미루지 않고 선한 마음으로 서로 도와주는 세상이 결국 신이 우리에게 의도한 모습이고, 그런 가운데에서 우리는 기적을 경험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을 품고 있던 차에 사법연수원 교수로 파견가게 된 필자는 사법연수원에 처음 입학하는 제자들에게 첫인사로 보낸 이메일에 '세 가지 만트라'와 나름대로 내린 결론을 적어 보내기도 하였다. 그런데 제자들과 처음 하는 저녁식사 자리에서 어떤 제자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면서 '교수님이 보태고 싶은 넷째 만트라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라고 질문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받은 질문에 적잖이 당황하였지만 '화가 나거나 마음이 조급한 상태에서는 어떤 행동도 하지 말라. 그러면 후회하지 않게 되리라'라고 말하였다. 고등학교때 보았던 '왕도'라는 영어책에는 칭기즈칸이 사냥을 나갔다가 갈증을 느껴 바위틈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컵에 받아먹으려고 하였으나 자신이 데리고 갔던 사냥매가 컵을 머리로 쳐서 먹지 못하게 하여 결국에는 사냥매를 칼로 치게 되고, 나중에 칭기즈칸이 바위틈을 올라가 물이 흘러내리던 샘에 독사가 죽어있다는 것을 보고 후회하며 죽어 있는 사냥매를 데리고 온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때 칭기즈칸이 'Never to do anything in anger'라고 말하였다는 것이다.

올해에는 유달리 많은 지도자들의 영면을 보면서 그 분들이 남긴 만트라는 무엇이 있는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떤 것은 반목과 증오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였지만 김수환 추기경의 '고맙습니다. 사랑하세요'라는 만트라는 두고두고 마음을 조용히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