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정 (인천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경인일보=]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대학생들의 기초 의사소통능력이 기대 이하로 크게 떨어져 있는 상황을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우리말과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능력 면에서는 거의 균질하게 낮은 수준을 보여준다.

특히 글쓰기 수준이 더 심각하다. 발표와 토론에 곧잘 참여하는 학생들도 막상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능력은 크게 떨어진다. 초라한 글쓰기 결과물 앞에서 당황하는 학생들에게 나는 자주 "여러분들 탓이 아니니 부끄러워 하지 말라"고 말하곤 한다. 일단은 학생들의 기를 살리기 위한 의도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중요한 이유는 학생들의 능력 수준이 많은 부분 지금까지 거쳐온 교육 시스템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말해, 우리 사회에서 독서와 글쓰기 교육은 초등학교 시절에 끝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끝'이란 숙달했다는 뜻이 아니다.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중단된다는 의미이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하더라도 독서와 글쓰기 교육의 중요성은 학교와 가정에서 크게 강조되고 실행된다.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는 학부모들의 구미에 맞게 사교육 시장 역시 활성화되어 있다.

그러나 초등교육 단계에서 형성된 학생들의 기초 글쓰기와 독서 능력은 더 이상 중급, 고급 단계로 향상될 기회를 갖지 못한다. 'How to read a book'을 쓴 애들러에 의하면, 독서 능력은 크게 4단계로 나누어진다. 먼저, 교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는 1단계이다. 초등 교육 단계의 독서 능력은 여기에 해당된다.

두 번째, 정해진 시간 동안 일정한 분량을 읽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단계이다. 대부분 대학생들의 능력은 2단계 언저리를 맴돈다.

세 번째, 책의 내용을 분석하고 저자의 논증을 재구성하거나 비평할 수 있는 단계이다. 대학생 정도의 학력이라면 적어도 3단계 이상의 수준이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관련 저서나 주제를 서로 비교하거나 연관시키며 읽을 수 있는 4단계 수준의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무리일 것이다.

글쓰기 능력 또한 마찬가지이다. 대학생들에게 크게 부족한 부분은 구체적 경험에서 의미를 산출하고 일반화하는 능력, 그리고 자신의 관점을 유지하면서 경험과 지식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초등교육 단계를 지나 중등교육 단계에서 이미 대학입시 준비 체제로 진입하는 지금의 현실은 학생들에게 중급, 고급 수준의 의사소통 능력을 함양할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대체로 자기 경험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 채 직접적으로 기술하거나 혹은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지 못한 다른 사람의 지식을 짜깁기하는 데 그친다. 외모는 대학생이지만 의사소통 능력은 여전히 초등 수준에 머물러 있거나, '복사와 붙여쓰기'에만 능란한 정보 소화불량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체계적인 의사소통 훈련을 받지 못한 채 이제 막 대학 입시의 관문을 통과한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까. 학생 개인의 성실성이나 교수자의 열정과 노력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내실있는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럼으로써 학생들은 대학이라는 새로운 담론공동체에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그 안에서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학교육 전반에 범교과적 글쓰기(Writing across the Curriculum) 교육을 제안하고 실현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전공학습과 독서·글쓰기 교육을 연계하여, 각 전공영역의 특수성에 적합하고 전공 탐구에 도움이 되는 교과과정을 개발하는 길이다.

머릿속으로 생각해 낸 것과 마음으로 느낀 것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힘은 한 사회의 문화 발전에 가장 기본적인 동력이다. 학생들의 의사소통능력 향상을 통해 우리 문화가 한층 더 세련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