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일신 (한경대 교수·전총장·(주)한경햄대표)
[경인일보=]9월3일부터 한 주간 필자는 처음으로 미얀마를 방문했다.

아웅산 사건, 수치여사의 가택연금,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오랜 군사정권의 나라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나라이다.

휴대전화의 로밍이 불가능하고, 국제공항에서 정전이 다반사인 주위의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과 비교하여도 훨씬 후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나, 이 나라의 가능성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한의 6배에 달하는 넓고 비옥한 국토와 거기에 매장되어 있는 엄청난 지하자원, 아직 때 묻지 않은 순박하고 영리한 사람들 그리고 수천 년을 잘 간직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불교의 문화유산을 보며 우리와 상생을 할 수 있는 훌륭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방문은 주미얀마 한국 대사관의 박기종 대사가 미얀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새마을 운동을 미얀마에 적용하는 '미얀마 흘레구 지역 농촌 개발사업'을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제안하여, 우리대학이 사업을 수행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5년 전부터 한경대학교는 KOICA와 산학협력을 통하여 재학생들이 3, 4명의 팀을 구성하여 1년간 개도국에서 봉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매년 10~15명이 필리핀, 인도네시아, 라오스, 베트남, 미얀마 등의 동남아 국가에 파견되어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각 팀별로 지역특성에 맞는 프로젝트를 개발하여 수행하며 그들과 함께 웃고 울며 요즘의 평범한 젊은이들이 경험해 보기 힘든 고귀한 경험을 하고 있다.

우리 학생들은 이 경험을 통하여 인내력을 키우고 우리나라에 태어난 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가를 느끼며, 귀국 후에는 보다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인격이 형성됨을 보고, 필자가 총장재임시에 한 일 중에 가장 보람있던 일로 기억된다.

이제 우리나라도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을 우리 국민 모두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많은 대학들도 이와 같은 프로그램에 함께 하여 글로벌 인재 양성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를 제언하는 바이다.

6·25전란이 휩쓸고 간 폐허 위에서 세계인들이 '한강의 기적'이라고 치켜세울 정도로 우리나라가 일어나서 지금의 경제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들이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이제는 후진국들을 좀더 도와야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이번 방문에서 필자는 매우 귀중하고 감격적인 경험을 하였다. 우리 프로젝트의 대상지역인 흘레구 마을은 양곤 근교에 위치하고 있는 까닭에 이미 일본, 이탈리아의 원조를 경험하고 있지만 이러한 도움이 이곳 주민들의 생활에 큰 변화를 주지 못했던 것으로 평가되어 이번 프로젝트는 교량, 도로의 개선은 물론, 정신교육을 통한 의식의 변화와 스스로의 노력으로 소득증대향상과 공동체 훈련을 통한 작은 신용사업으로의 확대까지를 사업목표로 삼고, 우선 공무원을 포함한 마을 지도자들의 정신교육을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8년 전부터 미얀마 가나안 농군학교가 미얀마의 지도자들을 교육하고 있고, 그 성과가 미얀마 정부로부터 크게 인정받고 있으므로 우리 프로젝트의 정신교육을 미얀마 가나안농군학교에 위탁하게 되었다.

9월7일 강의를 위해 방문한 가나안 농군학교에서 만난 30명의 흘레구 지역의 교육생들의 눈빛은 며칠 전 마을에서 만났을 때의 눈빛이 아니었다.

식사 전 그들이 외치는 구호는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자, 먹기 위해 먹지 말고 일하기 위해 먹자, 한 끼 식사에는 4시간씩 일하자'. 이 구호는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한 구호가 아닐까?

이러한 정신으로 미얀마의 새마을운동이 시작되고 있고 우리는 이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 미얀마 농촌의 새마을 운동의 효시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