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영준기자]"인천 앞바다에서 전개된 러일전쟁이 곧 조선 식민지화의 출발점이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취업 등 실용화 노선으로 인해 푸대접을 받던 인문학이 최근 인천지역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상아탑속에 갇혀 있던 인문학이 민·관이 마련한 각종 강좌를 통해 시민과 만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5일 시립박물관 석남홀.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가 인천시립박물관과 공동으로 마련한(경인일보 9월16일자 1·3면 보도) '인천시민 인문학강좌'의 첫 번째 강의가 열렸다. 강사로 나선 이희환 박사는 '근대 동아시아, 대립과 반목의 역사-러일전쟁을 중심으로'란 주제로 강의했다. 참가한 시민들은 강사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칠세라 귀를 쫑긋 세웠다. '인천시민 인문학강좌'는 올해말까지 8회에 걸쳐 진행된다.

지난 5월 '배다리를 가꾸는 인천시민모임'은 '배다리 인문학 교실'로 올해 인문학 강좌의 포문을 열었다. 매월 셋째주 토요일 오후 배다리 책방거리에서 열리는 이번 프로그램은 오는 12월까지 이어진다. 화도진도서관은 지난 6월 인천학 강좌를 시작했다. 10월까지 17회의 강좌가 예정돼 있다. 영종도서관과 연수도서관도 9월 한달간 인문학 특강을 진행중이다.

인천대 인천학연구원은 오는 10월 세계적인 인문학자를 불러들여 '인천세계도시인문학대회'를 연다. 인천지역에 부는 인문학 열풍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대학의 전유물이었으며, 일부 시민·문화단체에서만 관심을 기울이던 인문학이 지역에서 붐을 이룸에 따라 그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의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급변하는 도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방편으로 인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고 진단한다. 2014아시안게임과 2009 세계도시축전, 송도국제도시와 경제자유구역 등 개발정책(공사)이 우선시 되고 있는데 대한 성찰을 통해 도시의 혼과 시민의 숨결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위기 의식이 인문학 열풍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김창수 인천학연구원 상임연구위원은 "엄밀히 말해 이같은 현상을 인천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적 학술지원 정책의 성과도 한 원인"이라며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인천시민들의 의식변화가 인문학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