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배구협회는 19일 강동구 성내동 협회 사무실에서 긴급 상무이사회를 열어 태릉선수촌에서 대표팀 훈련이 끝난 뒤 박철우를 구타해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힌 이상열 코치를 선수보호위원회에 회부, 무기한 자격정지를 건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에는 당사자인 박철우와 이상열 코치, 김호철(54) 대표팀 감독이 참석했다.
박병래 배구협회 상임부회장은 "국제대회를 앞둔 대표팀에서 구타사건으로 심려를 끼쳐 고개를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긴급 이사회에서 징계 건의를 결의했다. 이 코치는 무기한 자격정지가 사실상 결정됐다"고 말했다. 선수보호위원회는 21일 열릴 예정이다.
1990년대 '삼손'으로 불리며 간판 거포로 코트를 주름잡았던 이상열 코치는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때 코치로서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고 지난 5월부터 김호철 감독을 도와 대표팀을 지도해왔지만 이번 사건으로 당분간 배구계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앞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시했던 김호철 감독에 대해서는 오는 26일부터 필리핀 마닐라에서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점을 고려해 일단 사의 수용을 유보하고 대회 종료 후 거취를 재론하기로 했다.
이 코치에게 맞아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받은 박철우는 치료와 안정이 필요하다고 판단, 선수보호 차원에서 대표팀에서 제외했다.
남자대표팀을 총괄 관리하는 이종경 협회 남자강화위원장은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시했다.
협회는 지도자 자질 검증, 주기적인 선수 면담, 구타 예방교육 실시 등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구협회는 대표팀 관리에 크나큰 오점을 남긴데다 이번 사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도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기보다는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철우는 18일 왼쪽 얼굴을 붉게 긁힌 상태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17일 오후 6시 태릉선수촌에서 대표팀 훈련이 끝난 뒤 모든 선수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 코치로부터 구타당했다"면서 진단서와 복부 상처를 공개했다.
박철우는 "이유를 알 수 없이 손바닥과 주먹, 발로 얼굴과 복부를 맞아 뇌진탕 증세도 있고 귀가 울리는 이명 증상도 있다"고 폭로했다.
태릉선수촌에 파견돼 선수들의 진술서를 받은 협회 관계자는 "코치는 선수가 반항하는 느낌을 받아 감정적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대표팀 구타 사건을 있을 수 없는 일로 간주, 배구협회에 해당 코치를 형사고발을 하도록 요청했다.
배구협회는 그러나 피해자인 박철우 가족이 고발을 원하지 않고 있어 형사고발에 대해서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