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가장 큰 유통망을 가진 이마트의 올 8월 막걸리 판매금액은 지난 해 8월에 비해 무려 230% 이상이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맥주와 소주가 10% 가까이 감소한 것에 비하면 막걸리의 판매 증가율은 가히 폭발적이다. 그러나 이 막걸리의 대부분이 서울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마트에 인천 막걸리(소성주)는 진열조차 할 수 없다.
인천지역에 본격적인 막걸리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올 봄부터. 이 때부터 소성주의 판매도 소폭 늘어났지만 서울 막걸리의 확장 추세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이는 소성주를 취급하지 않는 중·대형 마트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오전 10시50분. 문을 연 지 30분도 안 됐지만, 남구 관교동의 이마트 인천점은 시민들로 붐볐다. 주류코너도 마찬가지였다. 막걸리를 사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많아졌다고 주류코너 직원이 설명했다. 서울시, 경기도, 충청남도에서 생산된 막걸리가 진열돼 있었다. 주류코너 옆에서는 마침 서울막걸리 특별 판매 행사도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그곳에 인천막걸리는 없었다.
하나로마트 가좌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농협에서조차 인천 막걸리를 안중에 두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인천막걸리는 지난 해보다 올해 판매량이 늘었다. 올해 1~4월 판매량은 작년 동기보다 22%나 늘었다고 한다. 올들어 아파트, 식당에서 인천막걸리를 찾는 고객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작년과 확연하게 달라진 점이다. 70여 년 동안 명맥을 잇고 있는 인천의 막걸리가 자본을 앞세운 서울 막걸리와 유통업계의 '큰손'이라는 이마트와 같은 두 마리 공룡의 틈바구니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남동구 논현지구에 사는 남선우(53)씨는 "소성주가 인천에서 나온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면서도 "맛이 좋아 자주 사 마신다"고 말했다. 남동구의 한 식당은 3개월 전부터 손님들 요청에 따라 소성주를 팔고 있다.
이마트의 외면 속에서도 홈플러스, 롯데마트, GS마켓, GS25 등은 인천막걸리를 취급하고 있다.
인천막걸리 도매상인 박정원(50)씨는 "(22%나 늘어난) 이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고 말했다. 2001년 막걸리 지역판매제한 규제가 없어지면서, 서울막걸리는 수도권 각 지역에 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갔다. 부천·수원 등 주요 지역의 대표막걸리 제조업체는 서울막걸리의 공격적 마케팅과 품질개선 전략 앞에서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그나마 인천막걸리는 외환위기 상황에서도 수억원을 투자해 최신설비를 도입, 품질 개선을 이뤄낸 덕분에 이만큼이나 버티고 있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