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겨울 제142차 세계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차 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지로 최종 확정되었다는 낭보가 새벽 국민들의 잠을 깨웠던 행복한 기억이 선명하다.
세계박람회는 올림픽, 월드컵 등과 함께 '세계 3대 행사'의 하나로 꼽히며 흔히 '경제·문화분야 올림픽'으로 불리는 지구촌 축제의 장이다. 여수 해양엑스포는 2012년 5월부터 3개월동안 80여 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될 계획이며, 생산유발효과 10조원, 부가가치효과 5조원 등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여수의 기적' 밑바탕에는 여수시·여천시·여천군이 합쳐진 이른바 '3여(麗) 통합'을 통한 통합시의 출범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1997년 9월 9일 주민 합의로, 이듬해 4월 1일 통합시로 출범한 여수는 통합이후 목포와 순천을 많이 앞지르며 전남 제1의 도시가 되었다. 중복업무와 행사 감소로 예산이 절감되었고, 국고 보조금과 시도비 보조금도 크게 늘었다. 여수에 대한 인지도도 상승했음은 물론이다.
여수는 물론 1995년에 만들어진 39곳, 1998년에 만들어진 1곳의 도농통합시들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백석대 박종관(법정학부 행정학 전공) 교수가 작년 도농통합시들을 직접 조사해 발표한 '도농통합 효과 분석과 발전방안' 논문에 따르면, 도농통합시들의 공무원 수와 행정조직은 줄어들고, 인구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통합 후 경찰·소방 서비스, 교육여건, 대중교통과 교통시설, 상·하수도, 문화시설 등에 대한 시민 설문 조사에서는 '다소 개선되었다'는 평이 많았다. 이처럼 시·군 통합은 주민의 삶의 질과 행정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안인 동시에 주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요즘 한창 시·군 자율통합에 관한 논의가 뜨겁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주민이 통합을 결정하면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통합이전 교부세액 수준을 5년간 보장하고, 시·군·구 당 50억원의 특별교부세를 지원하기로 하였다. 또한 자율형 사립고 유치 등 주민생활여건 개선 및 행정특례를 확대한다고 하였다.
이에 구리·남양주 등에서 구체적인 통합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고, 다른 지역에서도 통합 논의가 진행 중이다. 자율통합의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역사적·문화적 동질감이 있고, 생활권과 경제권역이 같은 지역이라야 한다. 그래야만 통합으로 인한 혼란과 갈등을 최소화 시킬 수 있고, 통합의 시너지를 최대한 얻게 된다고 본다. 또한 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수렴된 통합에는 적극 찬성하지만 업적주의에 치우쳐 전시행정적으로 통합하는 인위적 통합은 지양되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간 통합이 되었을 경우 통합시의 명칭과 통합시청사 소재지 등을 놓고 예상되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조화롭게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끝으로 지방선거 전에는 주민들의 자율적인 의사가 반영된 형태의 통합을 논의하고, 지방선거 이후에는 본격적인 행정체제개편 논의와 함께 통합문제를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한 기초자치단체간의 조정 기능 역할을 담당하고 중앙과 기초간의 소통과 가교 역할을 하는 광역자치단체는 반드시 존재하여야 한다.
기초자치단체간 통합을 포함한 지방행정체제개편 문제는 우리 삶의 질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충분한 공감대 없이 접근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율통합의 의사는 존중하되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절차의 투명성을 제고하여 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된 통합이 이루어진다면 머지않아 '제2의 여수의 기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