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에 걸려 겪게 될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병원비, 약값 지출 등 뜻하지 않은 경제적 부담까지 그야말로 심리적 압박은 만만치 않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부드럽게 넘기기 위해서는 우선 질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요전에 미국 하버드대 공중위생대학원에서 아주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내용인즉, 암에 걸린 미국인들을 조사해 보니 암 발생률은 백인이 흑인보다 높았는데, 암 발생 후 5년간 생존율은 흑인 55.2%, 백인 65.6%로 오히려 흑인이 백인보다 10% 가량 낮았다는 것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이에 대해 하버드대 연구진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양자 간 의료정보의 격차 때문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흑인보다 상대적으로 백인이 여러모로 의료정보를 더 많이, 더 정확히 가졌던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결국 의료정보의 불균형 문제는 단순히 누가 좀 더 많이 알고 있고 누가 좀 덜 알고 있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극단적으로는 사람이 죽고 사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사안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하버드대는 초등학교 6학년 수준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또 어느 누구라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의료정보 보급체계를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신종플루가 극성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따르면 벌써 전 세계 신종플루 확진환자 수가 30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 신종플루 감염자 수도 벌써 1만명을 돌파했고,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10명이 귀중한 생명을 잃고 말았다.
이렇게 신종플루 전염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국민 개개인이 느끼는 불안감과 긴장감은 날로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질병으로부터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의료정보 획득 창구가 있는가?
물론 의료정보는 의사에게 직접 구하는 것이 제일 확실하고 정확하다. 하지만 일반인이 의사에게 의료정보를 구하기란 꽤나 녹록지 않다.
그럼 마땅한 다른 채널은 있는가? 기껏해야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방송, 신문기사 그리고 인터넷상의 정보들이 고작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텔레비전은 접하기 편하고 재미도 있지만, 정보내용이 단편적이거나 1~2회성 정보프로그램으로 편성되고 마는 경향이 많다. 신문 또한 정보의 양이나 깊이 면에서 충실할 수 있지만, 필요시 충분한 정보를 얻기에는 제약이 있다. 인터넷은 시간과 공간의 구애 없이 다양한 정보를 볼 수 있으나, 내용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도 이참에 국민 누구나가 각종 의료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얻을 수 있는 공중의료정보 채널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해하기 쉽고 믿을 수 있는 의료정보의 공급은 국민들의 불안감 해소뿐 아니라 치료 효과 배가 등 사회적 비용 절감에도 큰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당장 인터넷상에서라도 공신력 있는 의료정보를 가능한 쉽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공급하고, 일반 국민들이 궁금한 사항을 묻고 무료로 그 답을 구할 수 있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만드는 것부터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물론 그 주체는 정부 당국이 맡는 것도 좋고, 미국 하버드대 예와 같이 대학이나, 대형 의료재단이 나서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다.
또 대기업이 나서 사회공헌차원에서 의료정보제공 사업을 전개하거나, 건강보험사업을 영위하는 보험사들이 참여하는 방법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