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정식 (사회부차장)
[경인일보=]지난해 이맘때 수원시의회의 수원공군비행장소음피해대책특위 위원들과 함께 일본 오키나와를 방문했었다. 천혜의 관광 휴양지이면서 동아시아 전역을 커버하는 대규모 미 공군기지가 주둔해 있는 이곳에서 일본인들은 전투기 소음피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생각했던대로 오키나와 주민들은 수원공군비행장 주변 주민들 만큼이나 많은 전투기 소음피해를 입고 있었다. 오키나와 카데나정에 위치한 미 공군 카데나기지 주변에서 측정한 소음치는 옆사람과 대화가 불가능한 90웨클을 기록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주민 피해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처 방법은 우리와는 확연히 달랐다.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기 전에 주민들에 대한 지원책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우선 일본 정부는 1974년 '방위시설 주변의 생활환경정비에 관한 법률'을 제정, 군비행장 주변 학교와 공공시설, 개인주택에 대한 방음시설 설치와 냉난방기 사용에 따른 전기요금을 보조해주고 있었다. 카데나정도 이 법에 따라 지난 81년부터 국가 지원을 받아 가구당 연간 2천만원 정도의 전기요금을 보조하고 있으며 대략 10년을 주기로 하는 시설 교체 비용도 부담하고 있었다.

민간항공기소음피해에대한 보상법은 제정하고도 정작 피해가 큰 군용항공기소음피해에 대한 보상이나 지원책은 전혀 마련하지 않아 주민들이 스스로 집단 소송에 나서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비교하면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다.

특히 소음 피해를 모른채하는 미군에 대해 공군기지 주변에 소음측정기와 분석장비를 설치, 측정치를 증거로 들이대며 대책과 야간비행 자제 등을 촉구하는 일본의 대응 전술은 분명 우리보다 한단계 높은 수준이었다. 그나마 최근 국내에서도 정부가 '군용비행장등 소음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군 소음특별법)'제정을 추진중인 것은 늦게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이 법률안도 피해지역 주민들의 요구에 크게 못미치면서 민원을 야기하고 있다.

85웨클 이상 지역에 대해서만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 법률안은 법원이 80웨클 이상 지역을 피해보상대상지역으로 판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것이 주민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더구나 지난 22일 서울대 환경소음진동연구센터와 제일감정평가법인이 수원시의회의 의뢰를 받아 조사한 수원비행장피해연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비행장으로 인한 재산 피해가 2조2천억원에 달한다는 것은 제쳐두고라도 70웨클 이상 지역부터 아이들의 학습활동 피해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결과는 이 법률안의 지원기준을 다시한번 생각해봐야하는 중요한 근거다.

일본도 아이들의 학습권 피해를 막기위해 교실에는 민간 주택보다 더 철저한 방음시설을 설치해 놓고 있다. 공군비행장으로 발생한 현재의 재산적 피해보다도 미래를 이끌어 나갈 아이들의 건강과 학습권 피해를 우리가 더 걱정해야 할 이유를 앞서 일본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기왕에 마련중인 소음 특별법이 '보여주기식'이거나 '민원 잠재우기용'이 아니라면 진정으로 우리 아이들을 위한 법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