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이현준기자]'조경은 좋은데…'.

'환경친화'를 내세우며 아파트 단지 내 설치된 조경공간이 정작 화재진압 등엔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언제 있을지 모르는 아파트 화재에 대응하기 위해 원활한 소방활동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법규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27일 인천소방안전본부 등 소방당국에 따르면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조경공간이 넓어지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고가사다리차 등 화재진압 장비와 에어매트 등 구조장비를 활용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아파트 15~16층 높이까지 닿을 수 있는 고가사다리차가 조경공간 등으로 효율적인 각을 확보하지 못해 13층 정도밖에 닿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추락사고에 대비한 에어매트를 설치할 공간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지하에만 주차장이 있고 지상엔 조경이 설치된 아파트의 경우, 지상 도로 폭이 지나치게 좁아 소방차량 진입이 더욱 힘든 실정이다. 이럴 경우 소방관들은 아파트 계단으로 직접 올라가 진화나 구조작업을 펼 수밖에 없다.

최근 인천소방안전본부가 인천지역 아파트 1천333단지, 6천153동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전체의 20%가량인 1천172동의 아파트에서 조경 등 구조물로 인해 사다리차 등 특수차량이 단지 안으로 진입하거나 단지 내 차량 활용이 곤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내 원활한 소방활동을 위한 구체적인 조경 관련 규정은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일선 소방서 관계자는 "아파트의 조경공간은 화재 발생 즉시 장애물이 된다"며 "소방차의 아파트 단지 내 접근과 활용을 보장할 수 있는 법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인천 소방행정발전연구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아파트 피난환경 개선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아파트 화재건수는 839건에서 2천956건으로 252.3% 늘었고, 사망 등 인명피해도 109명에서 291명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