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우리 인간의 질병은 대략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은 대략 3만여가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가운데는 암과 같은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병도 있을 수 있고 아니면 감기같은 가벼운 것도 있으나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리 인간들이 수많은 전염병에 걸려 집단으로 숨지는 일들이 종종 있어왔기 때문이다. 역병 혹은 괴질로 표현하고 속수무책 그 치료법을 알지 못하고 당했던 것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이런 '질병으로 부터의 해방'은 단연 백신이 개발되면서 부터이다. 그래서 백신은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의학적 성과로 꼽히는 것은 물론이다. 페스트, 디프테리아, 콜레라 등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했던 질병들이 이제는 거의 사라질 단계까지 와 있는 상태인 것만 봐도 그렇다.

백신은 영국의 제너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그는 소 질병인 우두를 앓다가 회복되면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에 착안해 우두 고름으로 백신을 만들어 8살짜리 소년에게 접종하는 데 성공했다. 1796년의 일이다. 그 후 백신을 체계화한 인물은 파스퇴르다. '백신(vaccine)'이란 이름도 그가 소를 뜻하는 라틴어 '바차(vacca)'에서 따다 붙였다.

조너스 소크는 미국 의학자로 백신의 값을 낮춰 대중화한 인물로 존경받는다. 그는 소아마비를 퇴치하기 위해 200여 후보 물질을 실험한 끝에 1955년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했다. 엄청난 돈을 챙길 수 있었으나 백신 제조법을 무료 공개했다. 주변에서 만류하자 소크는 "태양에 대해서도 특허 신청을 하는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신종플루가 국내를 강타하면서 어느 때보다 백신이 우리들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미 폐렴백신은 동이 난 상태이고 독감백신 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수요가 폭증하자 일부 얌체 상혼이 판친 때문이다. 인간 생명을 담보로 돈을 버는 얄팍한 상혼에 그저 분노가 일 뿐이다. 이들에게 조너스 소크의 정신을 알려주고 싶을 따름이다.

/송인호 인천편집제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