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만남의 문을 닫아거는 쪽은 신이 아닌 인간이다. 독일이 2차대전 후 가장 먼저 피난민수용소(Refugees Center)를 세워 소련 폴란드 헝가리 등지서 들어오는 자국민의 상봉을 주선한 것도 '신도 아닌 인간'이 상봉의 문을 닫아걸면 안 된다는 신념에서였고 통일 전 동베를린의 알렉산더 광장을 언제든 자유로운 만남의 장소로 만든 것도 같은 뜻이었다. 한문 '삼국지'의 첫머리는 '天下大勢 分久必合 合久必分'으로 시작한다. '헤어져 오래 되면 만나게 되고 만나도 오래되면 헤어지게 마련'이라는 뜻이다. 이런 천하대세를 무엄하게도 인간이 막아선 안 된다. 금강산 이산가족상봉소는 하루바삐 '한반도의 알렉산더 광장'으로 열려야 한다. 왜 만남의 기약 없는 70대 노인을 자살로 내모는 것인가.
북쪽의 68세 아들이 남측의 95세 아버지보다도 늙게 만든 체제와 이념의 생생한 '61년 성적표'를 북측도 읽었을 것이고 배지를 달지 않아도 하나같이 늙고 마르고 그을려 판이한 얼굴들에 느낌도 있지 않을까. 균형이 아닌 극명한 불균형의 시미트리(symmetry)―좌우 대칭(對稱)에도 아무런 감각이 없다면 사람도 아니다. 그런 죄책감을 다소라도 덜기 위해서라도 누구든 언제든 만날 수 있게 제약을 풀어야 할 것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