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태릉에 있는 직장으로 발령낸 사람들을 원망하기도 하였지만 곧 왕복 2시간이라는 독서 시간을 확보한 것이라고 마음먹고 2년6개월 동안 수많은 책을 읽었고, 그 때 읽었던 책들이 지금의 내 생각을 형성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 책들 중에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는 처음 읽을 때에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였다.
스페인의 평범한 양치기 청년 산티아고가 어떤 노인의 제안에 따라 이집트 피라미드에 묻혀 있는 보물을 찾으러 갔다가 결국 보물은 고향무화과 나무 밑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온다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이 '연금술사'라는 제목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언뜻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렇게만 내 머리 속에 담아져 있던 중 '연금술사'라는 제목을 단 이유를 깨닫는 계기가 있었다. 사법연수원에 근무할 때 사법연수생들과 함께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는데 그 일정 중에 한라산 백록담을 등반하게 되었다. 평소 책과 연습기록 속에만 파묻혀 있었는지 여자 연수생들 중 몇몇이 백록담 정상을 3㎞ 정도 앞두고 주저앉아 버렸다.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겠다고 좌절하는 여자 연수생들을 설득하는 말을 찾던 중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여기서 좌절하면 다시는 백록담을 구경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다음에 또 오더라도 이쯤에서 또 주저앉아 버리지 않겠느냐. 정말 더 이상의 방법이 없다고 생각할 때 한번 더 힘을 내어서 앞으로 나가려는 노력이 자신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연금술이다."
그러면서 여자연수생들을 뒤에서 재촉하여 결국 모두 백록담에 올라갔고 그때 여자연수생들은 역시 올라오길 잘했다고 하면서 감사의 인사를 건네었다.
산티아고가 이집트 피라미드에 가서 사막 한가운데 땅을 파고 한참을 내려갔으나 보물이 나오지 않아 포기하려고 할 때 어떤 사람이 나타나서 "지금 네가 쓰러져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나 역시 이 년전쯤 스페인의 어떤 평원에 있는 교회 무화과 나무 밑에 보물이 있는 꿈을 꾸곤 하였지. 하지만 이봐, 그런 꿈을 되풀이 꾸었다고 해서 사막을 건널 바보는 없어"라고 말하였는데, 산티아고는 그 순간 자신의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 온몸으로 느끼고 스페인 고향으로 돌아와 무화과 나무 밑에서 보물을 찾는다는 것이 책의 내용인데, 힘든 상황에서 자신 속에 내재되어 있는 긍정적인 면을 찾는 것 자체가 바로 연금술이라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고, 이런 깨달음으로 나 또한 충만한 마음으로 등산 일정을 마무리 하였다.
요즈음 미국에서는 '오바마스럽다'는 말이 유행한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한 행동이나 말이 대단히 멋있어 보이거나 쿨하다고 느껴질 때 "그 사람 참 오바마스럽다"라고 표현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운찬 총리내정자에 대한 청문회 모습을 보면서 자기 나라 대통령의 이름을 이렇게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미국인들의 의식이 더욱 부러웠다.
얼마전까지만 하여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반대편에 의하여 총리 지명이 되었다는 이유로 생각을 바꾸어 온갖 부정적인 말들을 뱉어내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오바마 대통령도 많은 흠결이 있지만 미국인들은 이를 부각시키기 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오바마스럽다'라는 말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어차피 흠이 없는 완벽한 사람이란 찾기 어려운 일이고, 그와 같은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면 긍정적인 생각을 모아서 현명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모두를 위하여 좋은 일이 아닐까. 그런 생각들이 자신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세상을 좋게 바꾸기도 하는 것이 아닐까.
긍정의 힘이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을 충만하게 할 내일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