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미산에 웬 강화도 삼암돈대? 4일 오후 월미공원 제4문(남1문)에서 10분정도 올라가니 월미돈대 축조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 돈대는 강화도 외포리의 삼암돈대를 본뜬 '짝퉁' 돈대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
[경인일보=정진오·김명래기자]인천의 대표적 관광 명소, 월미도가 '난개발'로 신음하고 있다.

둘레가 고작 4㎞ 정도 밖에 안되는 월미도는 최근 섬 전역이 공사판으로 변했다. 모노레일, 친수공간, 종합운동장, 유원지 증설, 월미공원 2단계 등이 진행 중이다. 이미 한국전통공원 조성공사와 이민사박물관공사는 마친 상태다. 여기에 해양과학관, 월미산 케이블카, 관광호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의 주체도 각기 다르다. 관할 구청인 중구청도 잘 모르는 사업이 있을 정도다.

4일 찾은 월미도는 난개발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월미산을 잘 보전해야 할 인천시서부공원사업소는 공원 입구 오른 쪽의 '작은 월미산'을 통째로 파헤쳤다. 서부공원사업소 청사 신축 공사 때문이다.

'월미공원 2단계 조성공사'라는 이름으로 청사신축과 함께 월미성곽, 망루, 돈대(墩臺) 공사도 따로 한다.

특히 돈대 공사는 보는 이를 어처구니 없게 만든다. 공사명은 '월미돈대 축조공사'인데, 그 내용물은 '인천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 삼암돈대'라고 버젓이 공사현황판에 붙여 놓은 것이다. 어떻게 월미도에 강화의 돈대를 복원해 옮겨 놓겠다는 생각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2단계 사업에는 100억원이 넘는 인천시 예산이 든다.

인천시는 이미 '월미공원 1단계 조성사업'이라는 이름으로 170억원이나 들여 소쇄원, 부용지 등 '한국 전통 정원'을 꾸몄는데, 그 낯설고도 엉뚱함은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정원에 이어 돈대까지, 월미도를 '짝퉁 공화국'으로 만드는데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계획대로라면 불과 1~2년 뒤면 월미도에는 모노레일이 본격 운행하고, 케이블카가 월미산을 오르내리고, 놀이시설이 몇 배나 늘어나고, 관광호텔도 들어선다.

이희환 도시환경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월미도를 망치는 인천시의 성급한 개발행정을 더 이상은 보고만 있을 수 없게 됐다"면서 "이제라도 여러 전문가들과 각 개별사업들의 면면을 따져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