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자산만 105조원, 양 공사를 합친 현재 직원만 7천300여명에 이르는 공룡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난 1993년부터 '기능 중복'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통합이 추진된지 무려 16년만에 단일 조직으로 재탄생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통합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는 택지 개발과 주택 공급이라는 두 개의 커다란 업무를 수행하는 한편, 조직 개편과 재무구조 개선 등 산적한 과제들을 풀어나가야 하는 중요한 출발점에 섰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업무는 부동산 시장의 향방과도 직결되는 만큼, 이지송 사장을 필두로 통합공사가 얼마나 제 역할을 해 나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지송 사장 취임 :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초대 사장으로 지난 1일 공식 취임한 이지송 사장은 "공익과 국민 중심으로 경영체제를 새롭게 해서 국민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는 공기업으로 거듭나 세계와 경쟁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취임사의 화두를 떼었다. 아울러 그는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단기간 내에 주택 200만호를 건설하고 분당·일산과 같은 훌륭한 도시를 만든 저력과 역량을 바탕으로 총체적인 변화와 개혁을 통해 공기업 선진화의 성공사례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변화와 개혁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공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지송 사장은 통합공사의 경영 방침으로 ▲조직을 조기에 안정시켜 보금자리 주택 건설, 4대강 살리기 사업, 국가산업단지 조성, 녹색뉴딜 사업 등 국가 경제와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중차대한 사업들을 중단없이 추진할 것 ▲ 업무 중심, 현장 중심 경영을 통해 인사와 조직의 틀을 바꿔 지역본부에 대폭적인 권한위임으로 '자기완결형'의 책임경영을 이끌어 낼 것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 원가관리 생활화, 재고자산 총력 매각, 재무관리 시스템 구축 등 모든 경영 역량을 재무 건전성 제고에 집중할 것 ▲저탄소 녹색성장, 해외신도시 등 진취적인 도전정신으로 우리의 미래 일감을 확보해 나갈 것 등을 제시했다.
■ 통합공사 대외명칭 'LH'로 일원화 :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출범과 함께 공사의 대외적인 공식명칭을 'LH'로 일원화한다고 밝혔다. LH의 의미는 토지·주택 분야의 대표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며, 인간중심적이고 국민들의 행복을 위한 도시 개발의 가치를 표현한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Land & Housing, Life & Human, Love & Happiness란 의미를 담고 있다. LH의 마크는 무한대 기호(∞)를 형상화해 만들어졌다. 아울러 작은 모티브에서 큰 모티브로 확대되는 운동감있는 조형으로 무한대의 의미뿐 아니라 소통과 상생, 변화와 성장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마크에 사용된 녹색은 친환경 녹색성장의 발전적 이미지와 '떠오르는 희망의 메시지'라는 의미를 형상화한 것이다.
■ 제1목표는 재무안정 : 이지송 사장은 통합공사의 최우선 목표를 '재무안정'으로 꼽았다. 지난해말을 기준으로 양 공사의 자산은 105조원(토공 41조원, 주공 64조원)이고, 부채가 86조원(토공 34조원, 주공 52조원) 수준이다. 이중 금융부채가 55조원(토공 13조원, 주공 42조원)에 달해 경영에 적지않게 부담이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부채가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특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오는 2014년말에는 금융부채 규모가 15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사측은 보금자리주택건설 등 대규모 정책사업을 수행하면서 부채 규모의 확대를 피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하에 조직 슬림화와 전직원 연봉제 도입, 업무 혁신 등 과감한 경영개선을 통해 생산성을 제고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불필요한 통합에 따른 중복자산 매각(약 1조원), 재고토지 매각(약 13조원), 미분양 주택 해소(약 3조원) 등을 강력하게 추진해 자금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매각 작업만 차질없이 수행될 경우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유동성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공사는 기대하고 있다.
공사는 또 국민임대주택 건설 등에 지원되는 정부의 재정지원 기준이 현실과 괴리돼 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하에 이를 현실화시켜 매년 1조3천억원 가량의 현금유입 효과를 거둬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 대대적인 조직개편 : 한국토지주택공사는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양 공사 조직을 혼합해 슬림화하고 과감한 지원조직 축소 등을 통해 일하는 조직으로 개편했다. 우선 본사 조직 12개 본부를 6개 본부로 대폭 축소하는 한편, 각 본부들을 보금자리본부와 같이 독립 운영이 가능한 '자기완결형' 프로젝트 조직으로 만들었다.
이를 위해 통합공사의 사옥은 토지공사 사옥을 본관으로, 주택공사 사옥을 별관으로 했다. 본관인 정자 사옥에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위한 보금자리본부, 토지은행ㆍ산업단지 업무를 위한 국토관리본부 등 핵심 정책사업 중심으로 배치하고, 별관인 오리사옥에는 녹색도시본부, 서민주거본부, 미래전략본부 등 미래 국가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사업부서를 집중 배치해 상호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했다.
지사는 현행 24개(12+12)를 13개로 통폐합하고, 지역본부장 중심체계로 개편해 책임경영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이지송 사장은 특히 "회사 운영의 기초를 현장에 두고 권한을 대폭 위임하되, 대신 성과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지역본부 운영 방침을 밝혔다.
통합공사의 인력은 오는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중복 기능의 축소·폐지를 통해 현재 양공사 총정원(7천367명)의 24%에 해당하는 1천767명을 감축키로 했다.
※ 한국토지주택공사 이지송 초대사장 취임식… "국민 섬기는 책임경영"
한국토지주택공사 이지송 사장은 취임식에서부터 화제를 일으켰다.
취임식에 앞서 이 사장은 지난달 30일 "국민을 섬기는 공기업으로서 출범에서부터 모든 비효율적 요소를 제거하겠다"며 축하 난을 사절한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아울러 "굳이 축하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하는 분은 축하 난 또는 화환 대신 쌀로 받겠다"고 했다. 축하를 위해 보내는 정성은 그대로 받되, 보낸 이의 명의로 임대주택 거주 저소득층 및 불우이웃에 쌀을 기부하겠다는 생각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1일 사장 취임식장에는 축하 리본을 단 수백포의 쌀이 한쪽에 수북하게 쌓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 사장은 아울러 취임사를 통해 "단일 기업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 통합공사의 규모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경영을 실현하겠다"며 "앞으로 친환경 놀이터사업, 지역아동센터 리모델링사업, 임대단지 저소득층 지원사업, 집수리 사업 등 사회적 책임경영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사회공헌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공기업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현을 위한 소신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