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세계 최고의 전통과 권위가 있는 상은 단연 노벨상일 게다. 하지만 그 중 평화상 수상자는 가끔 뜻밖의 인물이 선정되는 경우가 왕왕 있어 당혹스러운 적도 있다. 그 이유는 아마 학술상이나 문학상과는 달리 각자의 시각에 따라 세계평화와 인류행복에 기여했는지 여부에 대한 수상기준이 달라질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일까. 평화상 수상자는 다른 부문과는 달리 노르웨이 국회가 선출한 5인위원회가 선정, 발표한다. 노벨상 수상식은 노벨이 사망한 12월 10일에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거행되지만 평화상만은 같은 날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시상된다. 이는 선정기준에서 그만큼 정치적 고려와 세계 정세의 역학관계에 민감할 수 있다는 얘기일 수 있다.

역대 수상자들은 경력이 아주 화려하다. 앙리 뒤낭을 시작으로 인류의 형제애를 실천한 슈바이처 박사, 미국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2세, 빈민구호활동을 펼친 테레사 수녀 등이 유명하다. 또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 흑인 인권 운동가 만델라, 김대중 대통령 등은 노벨상 수상자격이 충분하다는 점에 이의를 달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어 문제다. 고르바초프, 지미 카터, 만델라와 공동 수상한 백인정부 대통령 데 클레르크 등등. 구색 맞추기식 인상을 주는 수상자들도 있어 노벨평화상의 권위를 추락시키는 것 같아 실망스러울 때도 종종 있다.

올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같다.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소식으로 전 세계가 그의 수상 적격 여부로 시끄럽다. 오바마는 자신도 놀랐고 과분하다고 생각하며,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뜻밖의 결과에 의아해 하면서도 수상 소식에는 기뻐하고 있지만 세계 언론의 시선은 차갑다. 노벨평화상의 '권위 실추'와 노벨위원회의 '정치적 결정'을 지적하는 비판적 논조의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어서이다. 노벨평화상이 오바마에게 영예보다는 부담스러운 짐을 지운 꼴이 아닌지 앞으로 그 결과가 궁금할 따름이다.

/송인호 인천편집제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