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유전 (남한산성운영위원장·경기문화재연구원장)
[경인일보=]북한이 지난 9월 6일 일요일 새벽 임진강 상류의 황강댐 수문을 열어 한꺼번에 4천만t이나 되는 물을 아무런 통보도 없이 방류, 임진강변에서 휴가를 즐기던 6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는 불행한 사건이 일어난지도 벌써 1개월이 훨씬 지났다. 이것을 우리는 '임진강 참사'로 규정지었다. 그리고 참사의 책임을 물어 연천군 관계자와 수자원공사의 관련 직원을 포함, 모두 6명을 사법 처리하는 것으로 참사사건을 끝내고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지난달 이 임진강 참사를 두고 사회여론은 식을 줄 모르고 들끓었다. 즉 원인 제공자는 북한으로 무단 방류는 범죄 행위일뿐 아니라 북한의 의도된 수공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1997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국제수로의 비항해적 이용에 관한 협약'에 따라 북한에 책임과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있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이제 차분히 되짚어 보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루 빨리 완벽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간 이 참사를 두고 많은 논란을 거치는 동안 우리가 잘못한 사항이 낱낱이 드러났다. 무엇보다도 경보만 발령되었어도 아까운 인명 피해는 없었을 것이 분명한데 사고 이틀 전부터 자동우량경보시스템이 먹통이었음이 밝혀져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뿐만 아니라 최일선을 방어하고 있는 관할 군부대도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즉 북한의 댐 방류 등으로 임진강 수위가 상승하면 군부대가 연천군과 수자원공사에 통보토록 했으나 이를 묵살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황강댐 방류를 관할부대에서는 감지하고 지휘계통에 따라 상급부대에 보고하는 한편 인접 부대에도 알렸지만 당시 임진강변에서 작전수행차 숙영중이던 전차부대와 지방자치단체에는 통보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6인의 야영객은 생명을 잃었고 작전 중이던 전차 1대는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물이 빠지고 나서야 나왔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묻고 싶다.

이 임진강 참사를 분석하면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가 매너리즘에 빠져 방심한데 근본원인이 있다고 생각된다. 즉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딱 들어맞은 것이다.

우리는 지구상에 남아있는 유일한 분단국가이다. 북한은 120여만의 막강한 병력과 화학무기, 생물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도 모자라서 우리를 겨냥한 핵까지 보유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6·25 전쟁이 일어난 지도 59년이고 휴전된 지도 56년, 휴전 후 지금까지 남북간 약간의 충돌들은 있어왔지만 그래도 평화를 유지해 오고 있다. 개성공단도 마련되고, 이산가족 상봉도 이루어지고, 금강산 관광도 가능해 이제 이 땅에 평화가 온 것으로 착각해 설마 동족끼리 전쟁이야 일어나겠나 하는 안일함에 빠져있지는 않은지 깊이 곱씹어 봐야한다.

우리 군은 왜 존재하는지, 임진강 참사를 보고 우리는 누굴 믿고 편히 잠들어야 할는지 암담하다. 6인의 생명은 말할 것도 없고 30여억원의 장례보상비는 물론 군사 작전 중이던 탱크가 물에 잠겨 빠져 나오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북한이 아무리 수공을 펴고 핵을 가졌더라도 우리가 선제 타격해 파괴할 대비능력만 갖춘다면 결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9월17일 대장 진급자 5명으로부터 진급 및 보직 신고를 받는 자리에서 "지난 10년간 국민들의 안보의식이 약해지고 군 기강도 다소 흐트러진 측면이 있다"고 말하고 "특별히 장병들의 정신교육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지시했다니 시기적절한 지적이다.

한편으로는 임진강을 국제하천으로서의 성격을 갖도록 하여 국제법에 따라 관리하도록 협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문제가 일어나면 책임소재나 따지는 일은 이제 더 이상 하지 말고 그 보다도 우선 어떤 경우에라도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강구하여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열중할 수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