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상욱 (와세다대학 상학학술원 특별연구원)
[경인일보=]고대 유럽신화에는 트롤(Troll)이라는 괴물이 나온다.

이 트롤은 깊은 동굴이나 계곡에 숨어 살면서 사람들을 잡아먹는 아주 못된 괴물로, 몸무게만 1t이 넘는 거구다.

한데 이 트롤이 근자에 다시 돌아왔다.

바로 특허괴물(Patent Troll)로 변신해 부활한 것이다.

이 특허괴물이 하는 일이라곤 돈이 될 만한 특허를 사들여 누가 그 특허를 사용하고 있는지 찾아내 소송 등을 통해 거액의 특허사용료를 받아 챙기는 것이 전부다. 벌써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들도 이 특허괴물의 표적이 되어 수차례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이다.

물론 남이 어렵게 고안해 낸 특허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무단 사용하는 것은 도둑질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를 악용해 불순하게 특허사용료를 챙기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특허권 침해가 아님에도, 또 특허분쟁감이 되기 어려움에도 꼬투리를 잡아 소송까지 밀어붙이는 것은 횡포이자 분명 악행이다.

이러한 특허권의 오용과 소송 남발은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막대한 소송비 지출 초래 등 기업 운영에 큰 타격을 준다.

더욱이 소송에 한번 휘말리게 되면 소송결과가 어찌되건 회사 평판에 큰 흠집이 나고 만다. 그렇게 난 상처는 복구하기도 힘들다. 흉터도 오래 남는다. 자칫하면 고객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채 그대로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특허괴물들은 지금 이 시각에도 세계 곳곳에서 특허권을 싹싹 긁어모으고 있다고 한다.

더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특허괴물들이 대학생 아이디어 경진대회 등에 스폰서로 참여해 앞으로 돈이 될 만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모조리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로 걱정이다.

본래 신화에 나오는 트롤은 아주 우둔했다. 그런데 지금의 특허괴물은 어떻게 진화를 했는지 철두철미하고 머리 또한 아주 좋아졌다. 그래서 더 무섭다.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이들 특허괴물이 앞으로 영업방법에 대한 특허(Business Method 특허, 약칭 BM 특허)까지 타깃을 확장할 경우 벌어질 일들이다. 여기서의 영업방법에는 사업방식이나 경영모델, 상품판매방법 등이 모두 포함된다.

따라서 영업방법에 관한 특허는 다른 일반특허보다 가공할 위력을 갖는다. 영업방법은 기업 활동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종전까지만 해도 영업방법은 하나의 사업 아이디어일뿐 자연법칙을 이용해 독창적인 기술을 결합시켜 발명된 것이 아니기에 특허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998년 미국연방법원이 영업방법도 특허를 받을 수 있다고 판결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영업방법에 관한 특허를 인정하는 쪽으로 특허정책을 바꿨다.

이후 기업이고 개인이고 새로운 영업방법을 개발하면 그 즉시 특허화시켜 자기만 사용할 수 있게끔 튼튼한 보호막을 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현재 영업방법에 관한 특허가 세계적으로 봇물 터지듯 출원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앞으로 조금이라도 진화된 영업방법 모두가 특허로 등록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그런데 그것들을 특허괴물이 장악한다면?

생각만으로도 섬뜩하다. 최악의 경우 많은 기업들이 육중한 족쇄를 차고 괴물의 눈치만 보는 처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물론 그때는 기업의 경영자율성 같은 것은 아예 없다.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기업도 철저히 준비해야 하고, 정부도 국가 산업경제차원에서 대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심상치 않은 특허전쟁의 기운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