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마이스터고교란 과연 무엇일까? 필자는 물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정확한 개념을 알지 못한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에서의 마이스터란 해당분야에서 최고의 기능을 가진 명장이다. 독일을 비롯한 이들 나라들이 세계최고의 기술력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중 하나다. 200여종의 분야에 연간 2만5천명의 마이스터 자격이 발급돼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편성이 가능하다. 독일에서는 취업률 100%를 자랑하고 창업성공률도 98%에 이르러 마이스터들은 중산층으로서의 삶에 부족함이 없다고 한다. 직업훈련과정의 최고 타이틀로서 학문영역의 박사대우를 받을 정도다. 재벌중에서도 20~30%가 이들이다.
내년 개교하는 마이스터고 재학생에게는 학비 면제와 전원 기숙사 생활, 졸업후 협약기업 취업과 군입대 연기, 군입대시 관련분야 특기병 근무 등의 특전이 주어진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밝힌 바에 의하면 마이스터고는 최고의 직업교육으로 영 마이스터(Young Meister)를 양성하고 산업체가 직접 참여하는 맞춤형 교육을 통해 안정적 취업과 경력개발이 가능한 학교를 목표로 한다. 선정된 21개 학교에 대해서는 기반조성 자금 등의 명목으로 학교당 25억원이 지원된다. 공업계 고교치고는 아주 특별한 혜택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에 지원한 수험생들이 마이스터가 되고자 하는 꿈을 가졌는가 하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전문계(농·공·상) 고교 재학생들의 90.2%가 앞으로 전문대학 이상의 교육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실제로 전문계 고교 졸업생의 70% 가까이가 진학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직업을 가진 청소년들조차 반수 이상이 대학진학을 계획하고 있으며, 또 진학을 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마이스터고를 지원한 상당수의 지원자들이 졸업후 대거 대학에 진학한다면 본래 취지와는 사뭇 달라지게 된다. 또다른 외국어고를 양산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은 그야말로 평생직업 불안의 시대이다. 대학을 졸업한 20대의 청년 실업자와 백수가 넘쳐나는 이태백이 양산되고, 용케 취업을 해도 38선, 사오정, 오륙도라 하여 30대부터 고용불안이 시작돼 생애 내내 지속되고 심화된다. 독일의 마이스터처럼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떳떳한 직업인으로서 기술의 박사 대우를 받도록 국가와 사회가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마이스터고 학생들도 대학진학보다 최고의 직업인을 꿈꾸어야 한다.
이제 마이스터고는 일단 세간의 관심을 끌면서 출발한다. 그 만큼 사회적인 기대도 크다. 그러나 마이스터가 되기 위한 길은 아주 험난하다. 책상머리에 앉아 공부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명실공히 명장을 만드는 과정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농고-상고-공고를 바이오고-정보산업고-마이스터고로 이름만 바꾼다거나, 실업계고교를 전문계고교라고 바꾸는 차원이 아닌 진정한 기술교육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마이스터고교에 우수자원이 몰렸다고 즐거운 비명만 지를 게 아니다. 이들이 진정으로 마이스터로 성장할 자세가 있느냐, 그리고 길러낼 의지가 있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실패작이 될지도 모른다. 신입생 최종선발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