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겨울 없는 서울쯤은 문제도 아니다. 지구 온난화로 2030년까지 호주 시드니만(灣) 해수면이 17㎝ 상승하면 하얀 조개껍데기를 포개 놓은 듯한 지붕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세계 최대 산호초(珊瑚礁) 등 17개 세계유산이 위험할 것이라고 호주 국립대 보고서가 지난달 지적했고 베트남 쌀의 절반을 생산하는 메콩 강 삼각주도 3분의 1이 해수면에 잠길 것이라는 베트남 정부의 연구 결과를 지난달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지가 보도했다. 더욱 혹독한 경고도 쏟아진다. '50년 뒤엔 노아의 홍수가 휩쓸 것이다' '금세기 말 인류의 생존은 남극대륙만 가능하다', 미국 지구정책연구소와 영국 정부 과학자문단의 이런 경고야말로 오싹한 일이다. 도쿄 일본과학미래관에 떠 있는 지구 모형에도 소름끼친다. 인공위성에서 보이는 청록색이 아닌 빨간 지구다.

케빈 러드 호주 총리가 바다의 침대에 앉아 종말의 시계를 걱정스레 바라보는 지난달 21일의 퍼포먼스는 '가장 심각한 그림'이었고 인도양에 떠 있는 낙원의 섬나라 몰디브가 지난 17일 세계 최초로 6m 바다 밑 각료회의를 여는 모습은 '가장 처절한 장면'이었다. 나시드 몰디브 대통령이야 다이버 자격증이 있지만 나머지 각료는 톡톡히 잠수훈련을 받았고 두 각료는 의사의 만류로 잠수하지 못했다. 반론 또한 없는 건 아니다. '지난 11년간 전혀 상승한 적 없다. 지구 온도야 전적으로 태양열에 달려 있다'는 게 영국 과학자 피어스 코빈(Corbyn)의 단언이다.

이득을 볼 나라도 있다. 북극 빙하가 녹으면 러시아, 캐나다는 북극 유전에 쉽게 접근하고 광활한 농경지를 확보할 뿐 아니라 북유럽과 그린란드 등은 새로운 관광자원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우리 땅 울산에서 남반구를 크게 U자형으로 돌아 네덜란드로 가던 2만㎞의 항로를 바꿔 북극해로 가면 1만3천㎞로 단축되고 항로당 몇 억원의 비용이 절감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쪽 크루즈 여행도 가능할 것이다. 과연 지구는 어떻게 될 것인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