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이현준기자]인천 서구에 사는 '워킹맘(working-mom)' A(42)씨는 지난 주만 생각하면 아직도 두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3학년인 두 아이 모두 신종플루로 학교가 휴업을 하면서 아이들만 집에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출근 전, 두 아이들이 먹을 밥과 반찬을 준비해 놓고 일터로 향하긴 했지만, 밤 늦게까지 아이들끼리만 있는 것이 걱정돼 제대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A씨의 걱정은 최근 아이들의 학교가 휴업을 마친 뒤에야 조금 가라앉힐 수 있었다.

인천 부평구에 사는 또다른 워킹맘 B(33)씨도 걱정이 크다. 29일 아이가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에서 일주일간 휴업을 한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직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밖에 되지 않아 자신이 근무하는 동안 누군가가 아이를 돌봐줘야 하는데, 맡길 곳이 마땅치 않다. 인근 어린이집에 다니는 5살짜리 아들도 언제 어린이집이 휴원할지 모르는 일이다. B씨는 "자신이 감염되지 않는 이상, 일을 쉴 수 없어, 결국 남편을 통해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신종플루에 워킹맘들이 두 번 울고 있다. 신종플루를 이유로 휴업하는 학교가 늘어나면서 아이들이 집에 혼자있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고 있는 일을 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일을 쉴 수 있는 경우에도 워킹맘의 마음은 편치 못하다. 구청 공무원인 C(38)씨는 최근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이 신종플루에 걸려 내달 4일까지 일을 쉬게 됐다. 자신이나 가족이 신종플루에 감염됐을 경우, 구청에선 병가나 공가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일을 쉬는게 어렵진 않았다. 하지만 그 역시 마음이 편치 못하다. C씨는 "결국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쉬고는 있지만, 맡고 있는 일이 많아서 (출근 후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인천여성 노동자회 관계자는 "신종플루 확산 여파로 워킹맘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지만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예방백신 접종이 서둘러 이뤄지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