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목동훈·김명래기자]인천시가 세계도시축전을 치르면서 기업들에게 협찬금(기부·후원금)을 요구한 사실이 확인돼 이 돈의 대가성 여부가 논란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협찬금을 낸 기업체 대부분이 인천지역의 대규모 개발사업과 직·간접으로 연관이 있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도시축전에 협찬했다는 말이 파다하다. ┃관련기사 3면

도시축전의 협찬금 목표액은 후원금(휘장사업) 397억원, 기부금 157억원이었다. 실제 기부금은 목표치보다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기부금은 사용 용도를 지정해 기탁하게 돼 있는데, 대부분이 '도시축전 사업비'로 지정했다. 기부금을 낸 기업은 법인세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회공헌기금을 도시축전 기부금으로 낸 곳도 있다. 따라서 기업들이 도시축전에 돈을 낸 게 사회공헌기금이냐는 논란도 불가피하게 됐다. 불우이웃을 위한 성금 등 기업들이 정작 내야할 곳에는 내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경인일보가 취재를 통해 집계해 본 결과, 기업들이 도시축전에 낸 돈은 6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돈을 기업으로부터 걷기 위한 인천시의 '압력'은 예상 외로 거셌던 것으로 기업 관계자들은 전했다. 시는 행사 초기 각 기업들을 규모별로 나눠 '50억원' '20억원' '10억원' 등으로 구분해 놓고 협찬금을 요구했다고 한다.

중·소기업에서부터 대기업까지 인천시 사업과 관련된 업체 중에서 도시축전 입장권을 무더기로 구입하거나 후원금을 내지 않은 곳이 드문 정도다.

수십억원을 낸 한 대기업 관계자는 "회사의 명운이 걸린 사업에 대한 인천시의 결정을 앞두고 있는 터여서 시가 요구하는 돈을 내놓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결국 '사업 허가'와 '협찬금'을 맞바꾼 꼴"이라고 했다.

또다른 대기업은 인천시의 요구가 얼마나 끈질기고 집요했던지 "돈이 없다"고 버티다 못해 도시축전 폐막이 며칠 남지 않은 막판에 수십억원을 냈다.

행사가 끝나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도시축전에 기부금을 내겠다고 문의하는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고 도시축전조직위 관계자는 전했다. '인허가권자 눈치보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다.

거액을 냈다는 한 회사 관계자는 "보험금조로 낸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노 코멘트다. 알아서 판단하라"고 했다.

이에 대해 도시축전조직위 재정담당자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도시축전 흥행이 잘 돼 기업들이 판단해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6월 도시축전조직위가 계획한 예상 총사업비는 1천360억원이었다. 도시축전조직위는 시비 250억원, 국비 120억원, 입장료 수입 400억원, 휘장·수익사업 590억원으로 사업비를 충당하겠다고 했다. 도시축전조직위는 다음 달까지 도시축전 재정지출·수입 현황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