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목동훈·김명래기자]인천세계도시축전 후원금·기부금의 성격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정치적 공방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 문제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쟁점화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일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도시축전을 강행한 인천시 역시 기업체들에게 후원금·기부금을 강요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후원금·기부금을 낸 기업체들도 순수성을 의심받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이 인천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터라 '대가성' 있는 돈을 냈다는 것이다.

■ 기업 돈으로 한 인천시 행사?=도시축전 사업비에서 입장권 판매 수입과 기업체의 후원금·기부금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시 재정이 넉넉하지 않고, 국제박람회기구 비공인 행사로 출발하다보니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이 충분하지 못했다.

입장권 판매 수익과 후원금·기부금에 의존한 구조가 결국 '입장권 강매'와 '후원금·기부금 요구' 논란으로 이어진 꼴이다. 경제위기로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체들에게 부담을 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A업체 관계자는 "후원금을 내지않을 수 없어 자투리 돈을 모았다. 타 시·도에도 사업장이 있어 조심스러웠다"며 "우리는 그렇게 많이 뜯기지 않았다"고 했다.

기업체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우려는 도시축전 이사회에서도 나왔다.

2009년도 제3차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B이사는 "기업들은 조금 어려워하는 부분들이 있다"며 "'당신이 약속했으니 (후원금·기부금을) 주시오'라는 자세는 안될 것 같다"고 했다.

■ '대가성'은 없나=한진중공업은 도시축전 기부금으로 20억원을 내놓았다. 한진중공업이 전체 면적의 47%를 소유하고 있는 북항 배후부지 용도 변경건은 내달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는 상황. 한진중공업은 용도 변경으로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금', '개발이익 선납' 성격의 돈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OCI(옛 동양제철화학)는 30억원을, 한화는 50억원을 도시축전조직위원회에 줬다. OCI는 용현·학익구역 1블록 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화는 소래논현지구를 개발했고, 인천 앞바다에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한양은 후원금과 기부금 명목으로 5억원을 안상수 시장에게 전달했다. 한양은 청라지구 로봇랜드 건설, 인천지하철2호선, 영종하늘도시, 청라지구 등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2억원의 후원금을 낸 일레븐건설은 삼산4지구 사업시행권을 확보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계양산 골프장 개발을 앞두고 있는 롯데는 30억원을 내놓았다.

일부 기업들은 후원금·기부금을 낸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는 것을 꺼려했고, 몇 개의 대기업은 후원금 규모 공개에 동의하지 않았다.

인천시는 도시축전 후원금을 '기업·도시축전 홍보'를 위한 성격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상수 시장은 지난 달 26일 도시축전 폐막 기자회견에서 "기업의 도시축전 후원금은 홍보비로 인식하고 있다"며 "도시축전은 인천을 널리 알리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공익적인 부분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오히려 기업에게 좋은 기회를 줬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했다.

■ 도시축전 기부, 사회환원인가=인천시와 일부 기업체들은 '기업홍보·사회환원' 차원에서 후원금과 기부금을 냈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사회환원의 돈을 도시축전에 쓴 것이 적절하냐는 것 또한 논란거리다.

사회환원은 기업 이익의 일부를 지역에 되돌려주는 성격이다. 도시축전이 인천의 인지도·이미지 향상에 도움을 준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인지도·이미지 향상이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기업체가 동네에 문화·체육시설을 지어 기부채납하거나 환경 개선사업을 벌이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효용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이 '도시축전용'으로 많은 돈을 낸 것 자체가 이해가 안된다"며 "만약 기업체 돈을 받았다고 해도 지역인프라 구축이나 지속가능한 고용창출에 쓰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