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명호기자]"자전거 도로인지 배달 오토바이 전용도로인지 구분이 안되네요."
인천 남동구에 사는 황정미(35·여)씨는 최근 집 근처에 있는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다 아찔한 경험을 했다. 5살난 아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달리던 중 뒤에서 쏜살같이 달려온 중국집 배달 오토바이에 부딪힐뻔한 것이다.
황씨는 "자전거 핸들을 조금만 늦게 돌렸어도 사고가 났을 것"이라며 "자전거 도로라고 해서 안심했는데 차라리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는게 더 안전할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남구에 사는 최성구(42)씨도 "밤늦게 동네 자전거 도로를 지나다 보면 야식 배달 오토바이들이 속력을 내 달리는 것을 볼 수 있다"며 "밤에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올해 초부터 지역 곳곳에 만들고 있는 자전거도로가 정작 자전거 이용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자전거 도로를 질주하는 오토바이에다, 이 곳에 주차하는 차량까지 몰리면서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2일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9월 인천지역에서 집계된 자전거 교통사고는 모두 439건. 이중 절반이 넘는 266건(60.6%)이 자전거 도로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6월 이후 집중됐다.
지난 7월 15일부터 9월 30일까지 인천에서 신고된 자전거 교통사고는 183건으로 5명이 사망하고 189명이 부상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40건의 사고로 4명이 숨지고 142명이 다쳤다. 동절기 보다 하절기에 자전거 이용자가 많은 계절적 요인과 자전거 도로 설치로 자전거 이용자가 늘어난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자전거가 여전히 안전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는 자전거 교통수단분담률이 기존 1.2%(3만명)에서 2014년에는 7%(2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자전거 도로 개설 이후 이처럼 사후 관리가 안된다면 시의 이런 예측이 헛구호에 그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자전거 동호회 회원인 김진명(52)씨는 "인천시가 자전거 도로 개설에만 급급해 정작 사용자들의 안전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며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전거도로는 배달오토바이 전용?
주민 "사고위험 아찔"… 439건중 60%가 개설공사이후 발생
입력 2009-11-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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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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