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한구(수원대 경상대학장·객원논설위원)
[경인일보=]2009년의 최대 화두는 저탄소녹색성장이다. 한반도 전역에 점차 녹색바람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녹색성장을 국가비전 내지는 발전전략으로 정하고 지난해 7월에 마련한 녹색성장 5개년계획에 따라 금년부터 2012년사이에 국내총생산(GDP)의 2%를 투자할 계획이다. UN이 권고하는 녹색투자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구온난화와 세계경제위기라는 중첩된 어려움 속에서 환경과 경제가 상생하는 지속가능성장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그 일환으로 열병합발전·태양광·풍력·바이오 등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12년 3%에서 2020년에는 10%로 확대할 예정이다. 2015년에 전세계 전기차시장의 10% 점유를 목표로 양산시기를 2011년으로 2년이나 앞당기고 내년 상반기까지 배터리·차량·충전시스템 등 전기차산업 로드맵을 마련하며, 2014년까지 4천억원의 집중지원방침을 확정했다. 핵심부품 관련기술개발투자에 대해 2012년까지 한시적으로 R&D세액공제대상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전기차 구매시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 및 백화점, 할인매장 등에 충전소 설치유도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근거법률인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의 국회통과만 남은 상태다.

지식경제부는 내년 예산에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보급예산을 올해보다 18.7% 증액한 8천59억원을 배정하는 등 녹색성장 지원예산 4조6천581억원을 확정했으며 국토해양부는 4대강사업 등 녹색사업에 총 3조5천억원을 할애했다. 또한 내년 1월부터는 녹색인증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녹색인증사업에 투자하는 녹색예금·녹색채권·녹색펀드 보유자에 투자금액의 10% 소득공제와 이자 및 배당소득 비과세는 물론 녹색기술에 의한 매출액이 총매출액의 30%이상인 기업에는 별도로 '녹색전문기업'인증도 도입한단다. 국민의 주거공간을 친환경적으로 바꾸고 녹색교통수단을 보급하며 녹색생활 실천에 역점을 두는 등 바람몰이도 병행하고 있다.

녹색부문에 대한 투자 움직임도 활발하다. 금년도 투자액은 지난해 대비 무려 72%나 증가했는데 신재생에너지투자는 태양광분야에 집중되었다. 수자원공사가 경기도 시화호에 건설중인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는 내년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한국전력은 2020년 녹색매출 14조원을 목표로 녹색기술개발에 2조8천억원 투자계획을 수립했으며 삼성전자도 금년 7월에 '녹색경영'을 선포하고 향후 5년간 총 5조4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차세대 리튬이온건전지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한화는 2015년 태양광사업 세계 톱10을 목표로 울산공장의 가동을 본격화했으며 SK에너지는 하이브리드자동차용 배터리 공급사업에 착수했다. KOSPI등록 761개 상장대기업들 중 올해 회사정관에 새로 녹색사업을 추가한 기업이 80여개사에 달한다. 금융기관들의 녹색금융에 대한 관심도 점증하는 추세이다.

지자체들도 적극적이다. 전라남도는 풍력을 지역특화산업으로 선정하고 향후 20여년간 15조5천억원의 민간자본을 투입해서 서남해안에 5GW규모의 매머드급 풍력발전단지 건설작업에 착수했다. 인천시와 충남은 강화도 및 가로림만 등에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 건설을 서두르고 전국 지자체들마다 경쟁적으로 '슬로시티'(slow city)를 표방한 대대적인 도시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는 녹색투자를 목적으로 총 300억원의 녹색펀드를 마련해서 당장 이번 달부터 운용에 착수한다.

갈수록 탄력을 받아 녹색바람의 세기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선순환구조로 물꼬를 돌린 듯해 다행이다. 그러나 10여년전 벤처붐 이래 마땅한 투자유인이 없어 부동자금규모가 사상 최고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녹색버블에 대한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대다수의 녹색사업들은 투자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기대 수익률도 낮으며 투자회수기간까지 길기 때문에 녹색버블의 후유증은 지난시절의 벤처버블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일본의 녹색사업 추진속도가 우리보다 느린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