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동훈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경인일보=]스마트 성장(smart growth)이란 지나친 도시의 외연적 확산을 방지하는 한편 환경을 보호하고 토지이용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압축적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도시가 교외로 빠르게 확산되면 녹지와 자연이 파괴되고 주어진 인구가 넓은 지역에 흩어져 살게 되므로 도로와 상하수도, 전기, 통신망 등 1인당 기반시설 공급 비용도 늘어난다. 기존 도심은 쇠퇴하고 통근거리가 멀어지므로 자동차 의존도가 높아져 화석연료 사용량이 늘어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도심에 복합용도의 고밀개발을 추진하면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복합용도 개발로 장거리 이동 필요성을 줄여서 교통수요를 감소시키고 대중교통과 자전거, 보행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는 한편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공급하고 개발과정에서 지역사회의 참여도 강조된다.

스마트 성장개념은 교외지역이나 신도시 개발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하지만 본질적으로 도시의 외연적 성장에 비판적이며 기존 도심의 체계적인 정비와 재개발을 강조하는 이론이다.

스마트 성장은 지속가능한 성장, 환경보호, 커뮤니티의 참여 등 규범적 호소력이 강한 용어들로 무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보이고 사실 장점도 많다.

그러나 문제점도 있는데 우선 이 이론이 미국의 경험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땅이 넓고 기름 값이 싼데다 소득이 높아 자동차 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따라서 좁은데 모여 사느니 흩어져서 교외에 넓은 집을 짓고 사는 것이 편리했다. 개발밀도가 낮으니 대중교통수단을 충분하게 공급하기 어렵고 주거지와 상가나 직장의 거리도 멀다. 그리고 주어진 인구가 더 넓은 지역에 살면 기반시설 공급 비용도 늘어나는데 이에 대한 공공부문의 지원이 교외화를 확산시켰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좁은 땅에 많은 인구가 모여 살므로 개발밀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개발밀도가 높으니 도심에서 먼 곳에서도 대중교통 이용에 큰 어려움이 없고 대부분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상가와 업무용 건물 등 비주거용도의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심지어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까지 있지 않은가? 이미 스마트 성장의 핵심인 고밀 복합 개발을 해오고 있었다.

스마트 성장이 친환경적으로 보이지만 고층 주거시 발생하는 정서적 신체적 문제에 대한 비판적 연구결과도 있고, 교외에 저밀도의 단독주택이나 타운하우스가 있는 전원적 풍경을 친자연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스마트 성장 이론은 과학적 이론이라기보다는 미국 도시의 경험에 정서적 규범적 가치가 더해져 탄생한 측면이 있다. 사실 도시의 경계에 인접한 외곽지역은 아름다운 산이나 숲도 있지만 농경지가 더 많다. 농경지는 기존 도심에 비해 자연으로 되돌리기 쉬운 곳이지만 화학비료나 농약 등을 사용, 이미지와는 다르게 친환경적인 곳이 아니다. 따라서 식생이 뛰어난 산지가 파괴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지만 도시의 확산을 반드시 반환경적인 것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럼 스마트 성장은 도시개발이나 관리에 정답이 아닌가? 그것은 아니다. 도시를 어떤 형태로 개발하거나 관리해야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토지의 기회비용에 달린 문제다. 토지의 기회비용이 높으면 압축개발을, 그 반대면 저밀 개발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도시의 개발에는 기반시설이 필요하고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데 사적 경제주체는 사회적 비용을 무시하므로 적절한 규제가 없으면 과밀개발의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개발시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이고 스마트 성장은 여건에 따라 정답이 될 수도 있고 오답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답이 될 가능성이 많지만 그 이유는 이론적 우수성이 아니라 토지의 기회비용에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