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왕정식·김대현기자]"굳이 알릴 필요가 있나요? 왕따를 당할지도 모르는데…."

초등학교 5학년과 중학교 1학년 두 딸을 둔 김모(38·주부·용인시 기흥구)씨는 지난주 둘째 딸 아이가 신종플루에 감염돼 치료를 받았지만 첫째 딸은 그대로 학교에 보냈다.

큰 딸이 학교에서 행여 왕따를 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에 학교측에는 아예 통보도 하지 않았고 학원도 여느 때처럼 그대로 보냈다.

이모(36·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씨도 지난주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플루에 감염돼 치료를 받았지만 학교에 알리지는 않았다. 대신 가족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학교에 통지했다.

지난주 플루에 감염됐다 완치된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를 이번주부터 학교에 보냈던 이모(40)씨는 "학교에서 플루에 감염됐다고 놀리는 남자아이들과 싸웠다"는 딸아이의 말을 듣고는 속이 상했다. 이씨는 "이럴줄 알았다면 애초부터 학교에 플루감염사실을 알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주변에서도 뭣하러 알렸냐는 핀잔까지 들었다"고 했다.

일부 학부모들이 왕따를 우려, 가족이나 자녀의 플루감염을 숨긴 채 자녀들을 학교와 학원에 그대로 보내고 있다.

특히 이런 사례들이 많아지면서 학교에서 신종플루감염이 급속히 늘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부 맞벌이 부부들 사이에서는 자녀가 플루감염증세를 보여도 타미플루를 처방해 먹인뒤 그대로 학교나 학원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사실 플루에 감염돼도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학교에 통지하지 않으면 전혀 알 수가 없다"면서 "학교에서 나름대로 체온검사를 하고는 있지만 완벽하게 차단할수는 없다"고 전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최근 날씨가 추워지자 학생들의 체온검사를 정문 대신 학생들이 다 모여 있는 교실에서 실시하면서 형식적인 검사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도내 플루 감염확진자와 의심환자 학생수는 5만명을 넘어섰으며 206개교가 휴교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