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명래기자]인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면서 치른 '세계도시축전'이 겨울 나기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갈 '먹을 것'을 빼앗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업체들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내는 '지정 기탁금' 상당액이 도시축전 입장권 구입에 쓰여 정작 생활 자체가 걱정인 복지시설에서는 '후원물품이 입장권으로 둔갑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는 인천시가 공무원을 전방위적으로 동원해 도시축전 입장권을 판매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지난 6일 오후 만난 A보육원 B원장의 한숨 섞인 얘기에서 화려했던 도시축전 뒤에 숨은 진한 그림자가 드러났다. B씨는 "동사무소 직원이 입장권을 사달라고 하도 졸라대 어쩔 수 없이 10장을 구입했다"면서 "얼마나 위에서 볶였으면 고아원에까지 표를 팔까 싶기도 하고, 구조상 동사무소의 요구를 거절할 수도 없어 샀다"고 푸념했다.

매년 사회복지시설 수십곳에 물품지원을 해온 인천의 한 대기업은 공동모금회를 통해 도시축전 입장권을 사는 데 상당액의 사회공헌예산을 썼다. "도시축전 입장권을 사 달라"는 관계 공무원의 독촉이 있었기 때문이다.

초·중·고교생 수십 명이 생활하는 A보육원은 올해들어 관공서·기업체 후원물품이 작년보다 30%이상 줄었다. 대개 급식·피복비와 학용품·수학여행 비용 등이다. B원장은 "나중에 아동협회, 대학 등에서 입장권 200여 장(180만원 상당)을 보내줬다"고 했다. B원장이 받은 이 입장권이 예년같으면 급식·피복비인 셈이다. B원장은 "선택의 여지없이 받은 입장권이 급식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생계가 어렵거나 처지가 딱한 불우이웃에게 돌아가야 할 기업 사회공헌예산의 상당액이 이처럼 본래 취지와 달리 엉뚱하게 도시축전 입장권 구입비로 사용됐다.

입장권은 사회복지 관련 협회에 배분돼 각 시설에 보내졌지만,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은 "입장권보다 더 시급히 필요한 게 많았다"고 입을 모은다.

서구에 있는 한 지역아동센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온 도시축전 입장권 50여 장(35만원 상당) 대부분을 쓰지 않고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쓰지도 못한 도시축전 입장권보다 컴퓨터, 디지털카메라, 악기, 책 등의 학습기자재와 급식재료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배분분과실행위원회의 C위원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 결국 도시축전 입장권으로 둔갑해 배부된 것"이라며 "공공이 하지 못한 부분을 민간이 채우는 게 공동모금회 역할인데, 공공이 자기 역할도 못하면서 민간의 기부금만 빼앗아간 꼴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