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와 아시아경제공동체 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국제포럼인 '2009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이 11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한 가운데 참석자들이 연사들의 기조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경인일보=임승재기자]"지금이 세계화를 재조정하기에 가장 알맞은 시기다."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기 소르망 교수가 11일 개막한 '2009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 기조연설에서 강조한 말이다.

그는 "소수의 미 연방은행 책임자들과 월가의 투기꾼들이 저지른 실수가 전세계 수십억 인구의 생활을 교란시켰다"며 미국식 금융 자본주의의 폐해를 강하게 비판했다.

서방 국가 중심의 자본주의 구조를 대체할 수 있는 곳으로 기 소르망 교수는 아시아를 꼽았다. 물론 지금의 아시아는 전세계적으로 우위에 있는 미국의 경제 모델을 뛰어넘을 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아시아가 세계화를 재조정하려면 유럽연합(EU)과 같은 아시아 경제 통합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첫 단계로 한국과 일본의 진정한 화해를 주문했다.

그는 일본의 새 총리가 취임 이후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밝히는 등 전임자들과 달리 주변 아시아 국가들을 호의적으로 대하는 모습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두번째로는 중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했다. 중국이 주변 아시아 국가들과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인지 등이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시아 경제 통합에 대한 구상을 '아시아 헌장(the Asia Charter)'의 형태로 구체화할 것으로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EU는 자유무역의 필요성을 느낀 유럽의 와인 판매상들에 의해 시도됐다"며 "아시아 통합 또한 정치인 등 특정 소수 계층에 의해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21세기 자본주의 대토론-세계 금융위기 및 경제위기'라는 주제로 열린 대토론회에서도 아시아가 향후 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동아시아 전문가인 마코토 타니구치(Makoto Taniguchi) 전 일본 이와테 대학 총장은 아시아 공동체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미래에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대신해 보다 다양한 형태의 자본주의가 등장할 것이며 그 가운데 가장 역동적인 센터는 바로 아시아"라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배리 보즈워스(Barry P. Bosworth) 선임연구원은 아시아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는 "세계 금융위기가 미국의 금융규제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지만 미국과 아시아 사이 자본과 무역 흐름의 불균형에 의한 과잉 유동성이 위기를 더욱 악화시켰다"며 "중국이나 한국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환율 규제와 수출 촉진을 통한 경제 회복 전략을 취하면 향후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빚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도주의학파의 대가인 제라드 롤랜드(Gerard Roland) 버클리대 교수는 21세기 자본주의를 '민주주의'와 '문화적 다양성' 측면에서 접근했다.

그는 "완전한 독재주의 체제의 국가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반면 문화적으로는 다양성이 커지게 될 것"이라며 "고등교육과 학생 교류 등을 통해 공동 협력기반 구축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