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 '세상을 바꾸는 퀴즈'와 '우리 결혼했어요', KBS 2TV '해피투게더'와 '개그스타', SBS러브FM(103.5㎒) '박미선 이봉원의 우리집 라디오'에 이어 16일 자정 첫선을 보이는 케이블채널 스토리온의 '친절한 미선씨'까지 무려 6개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개그우먼 박미선(42)은 그런데 "안 바쁘다"며 손사래를 쳤다.
11일 '친절한 미선씨'의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박미선은 "사실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별로 말을 많이 안 하는 편이다. 재석이 휘재한테 묻어간다. 그런데 '친절한 미선씨'에서는 말을 아주 많이 한다. 그래서 부담도 되고 걱정도 된다"며 엄살을 피웠다.
그는 현재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에 대해 "가늘고 길게 살자는 인생 모토가 있어서 어디 가서 튀지 않고 잘 붙어 있고 자리에 상관없이 뭐든지 시키면 잘한 덕분인 것 같다"며 웃었다.
"한때는 짧고 굵게도 살아볼까 싶었는데 전 그렇게 못 살겠더라고요. 그냥 지금처럼 가늘고 길게 살면서 나중에 머리가 하얗게 돼도 할머니, 할아버지들 데리고 실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어요. '해피투게더'처럼 재석이 옆에 딱 붙어서 늙어서까지 해보려고요.(웃음)"
박미선에게도 위기의 순간은 있었다. 지금은 '똑똑한 진행자', '겸손한 진행자' 등의 수식어가 붙으며 여기저기서 섭외 1순위로 꼽히고 있지만, 아무도 찾지 않던 때가 있었다.
"어느 순간 명절 특집 프로그램을 하는데 MC 제의가 안 오고 심사위원이나 패널 제의가 오더라고요. 처음에는 자존심이 너무 상해서 안 한다 했더니 나중에는 그것마저도 안 들어왔어요.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었죠. 자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한 것이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의 패널이었어요. 그전까지는 일을 기계적으로 하는 편이었고 짜증도 많이 냈는데, 욕심을 내려놓으니까 마음이 편해지면서 방송하는 것이 제일 편한 일이 된 것 같아요."
그는 "'세바퀴'나 '해피투게더' 같은 프로그램을 하면 배가 찢어지게 웃을 때가 많다. 현장에 있는 게 정말 재미있다. 또 내가 언제 아이돌들을 만나겠냐. 언제 SS501의 김현중 옆에 앉아 방송을 할 수 있겠냐"며 웃었다.
그는 '튀지 않는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지만 사실 박미선의 진행 스타일은 요즘 방송 환경에서 튄다. 조용한 듯하면서 탁탁 핵심적인 말을 내뱉고, 소란스러워진다 싶으면 어느새 정리를 깔끔하게 하는 그는 공격적이지도 않고 독하지도 않으면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개개인의 성향인 것 같아요. 저도 잘나가는 후배들 보며 부러워도 하고, 벤치마킹도 살짝살짝 해요. 재석이처럼 진행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고, 김구라처럼 공격적인 말을 하고 싶기도 하고, 강호동처럼 에너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또 박명수처럼 자신을 바보처럼 만들면서 재석이가 놀 수 있는 자리를 깔아주는 역할도 눈여겨보고요."
그는 "'뒤끝 개그'라는 말이 있는데 내가 원래 남 앞에서는 말 잘 못하고 뒤에서 하는 스타일이라 튀지 않는다"며 "내가 말도 크게 안 하니까 순해 보이는 것 같은데 사실 이런 사람이 더 독하다"며 웃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도 현재의 토크쇼들이 독하고 세게 흐르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불편함을 내비쳤다.
"제가 방송을 진행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방송을 보면 저 역시도 불편할 때가 있어요. 보면서 조마조마하고 '저렇게까지 해도 되나', '저거 괜찮나' 싶은 순간들이 있어요. 그런데 막상 방송을 하면 그런 식으로 하지 않으면 저 혼자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거에요. 입도 뻥긋 못하고 편집이 돼버리는 거죠. 하지만 그렇게 해야 시청률이 잘 나오니 악순환의 반복인 것 같아요. 아이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됩니다. 연예인이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하는데…. 요즘은 온갖 폭로가 난무하고 안 해도 될 얘기까지 하고 있는 것 같아 당황스럽기는 해요."
'친절한 미선씨'는 그가 자신의 '멘토'라고 꼽는 이성미(50)와 호흡을 맞추는 랭킹 토크쇼다.
박미선은 "성미 언니와는 예전에 라디오에서 호흡을 맞췄고, SBS '코미디 전망대'에서 콩트를 같이한 적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방송보다는 실생활에서 호흡이 잘 맞는 부부 같은 사이다"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언니랑 티격태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내가 투덜거리면 언니가 다 받아줬죠. 언니가 캐나다 갈 때는 너무 슬퍼 제가 공황 상태 같은 것을 겪었어요. 약간 우울증에 빠져 살도 9㎏이나 빠졌어요. 처음에는 캐나다로 거는 국제전화 비용만 50만~100만 원까지 나왔어요.(웃음)"
이제 예능계 선배의 위치가 된 그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후배들이 마음껏 뛰어놀게 뒤에서 조용히 박수치고 밀어주는 것"이라며 "그래서 재석이랑 휘재가 가는 데 묻어가려고 한다"며 깔깔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