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수능시험장뿐만이 아니다. 직장인들의 회식 횟수가 줄어들고, 술잔 돌리기도 터부시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저런 모임이 줄어들면서 음식점과 노래방 업종이 타격을 받는 등 신종플루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유명 연예인의 일곱살배기 아들이 신종플루 증세가 발병한 지 3일만에 사망하면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불안도 고조되는 양상이다. 한편에서는 신종플루 예방 백신의 안전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백신의 임상시험이 충분치 않다며 일부 의료진이 접종을 거부한데 이어 11일부터 접종이 시작된 초·중·고생 가운데 접종을 거부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게 현실이다.
신종플루의 위험성은 여느 계절독감 수준이라는게 정부와 대다수 의료계의 진단이다. 그런데 시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신종플루 불안감 정도는 정부의 기대(?)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어 보인다. 온라인을 통해 신종플루 관련 각종 괴담이 아직도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가고 있다.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의 잇단 감염사실도 괴담의 수위를 한껏 올려놓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신종플루로 정상적인 직장 및 가정생활이 어려워 병원을 찾는 '신종플루 공포증' 환자가 잇따른다는 소식이다. 눈만 뜨면 신종플루 사망자가 몇 명 추가됐다는 식의 정부 발표 및 언론 보도는 불안심리를 부추길 뿐이다. 일상이 온통 신종플루로 뒤덮여 있다시피하니 공포감이 사라질 수 없는 양상이다.
신종플루가 국내에서도 대유행할 것이라는 경고는 일찌감치 있었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7월 28일 인천세계도시축전 개막을 앞두고 인천시가 주최한 전염병 관리계획 보고회에 참석해 "하루 10만명이 발생하는 상황까지 예상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본부장은 그 시기를 11월로 예상했다.
그렇지만 정부는 10월 27일에야 합동담화문을 통해 "신종플루의 확산 속도는 빠르지만 치사율은 예년의 계절독감 수준이다. 정부를 믿고 예방수칙을 지켜달라"며 뒤늦은 불끄기에 나섰다. 신종플루 대처 방법을 놓고도 일부 의료계에서 부적절하다고 우려할 정도로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타미플루 등 신종플루 치료제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정부의 발표를 놓고도 진위 논란이 일면서 신종플루에 대처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만 커져가고 있다.
우선은 신종플루 예방 백신과 항바이러스제를 적기에 확보, 공급하는게 급선무다. 그에 못지않게 만연돼 있는 신종플루에 대한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인 정부 차원의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당장 다섯살난 딸아이에게도 백신접종을 해야할지, 감기증상만 보여도 곧바로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해야 하는지 고민스럽다. 혼란과 불신을 잠재울 수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하는 것은 결국 정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