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권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경인일보=]어느 학부모를 막론하고 자신의 자녀가 훌륭한 교사에게서 배웠으면 하는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 양성기관인 교육대학교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학부모의 이와 같은 열망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며, 이를 충족시켜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훌륭한 교사를 길러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는 교육대학교가 지닌 사회적 책무이다. 그렇다보니 '훌륭한 교사가 갖추어야 할 요소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종종 고민하게 된다.

훌륭한 교사가 갖추어야 할 요소로서 흔히 꼽을 수 있는 것이 교과전문성이다. 교과전문성이 있어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양질의 교과교육을 실시할 수 있으니까 이는 당연한 것이다.

다음은 올바른 습관과 도덕성인데, 교사가 이를 제대로 갖추고 있어야 어린이들의 생활지도를 바르게 할 수 있을 테니 이 역시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과수업을 능숙하게 할 수 있을 정도의 교과지식과 기능을 갖추고, 어린이들의 생활지도를 잘 할 수 있는 수준의 올바른 습관과 도덕성을 지녔다면 교사로서의 자질, 품성, 전문성을 모두 갖추었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교과전문성, 올바른 습관과 도덕성이 훌륭한 초등교사가 갖추어야할 필수요소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훌륭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요소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어린이들을 꾸준히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일반 성인들은 어린이들의 귀여운 모습이나 행동을 보고 일시적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는 있지만, 이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는 아마도 자신보다 못하지 않은 존재와 상호작용해야 소통과 발전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데, 어린이들과의 만남을 통해서는 이러한 기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린이들과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도 소통과 자기 발전의 기쁨을 발견할 수 있는 자질과 품성이 있어야 훌륭한 교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어린이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못한다'는 말이 흔히 쓰이고 있다. 훌륭한 교사가 되고자 한다면 이 말의 의미를 곰곰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미 성인이 된 교사가 어린 학생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떠올리고 이해하는 그런 마음이 필요하다. 이는 어린이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꾸준히 자신의 현재와 과거의 대화를 이어가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훌륭한 교사는 다양한 배경과 특성을 지닌 어린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학교에서 교사가 만나는 어린이들은 성(性), 인종, 계층, 가정환경 등에서 다양하다. 이런 점에서 교사에게는 자신과 다른 생물적, 문화적, 사회경제적 특성을 지닌 어린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난점이 있다. 훌륭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난점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세대나 자신과 유사한 생물적, 문화적, 사회경제적 배경을 지닌 집단의 관점에서 세상과 인간을 조망하고 이해하며 상호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훌륭한 초등교사에게는 앞선 세대가 쌓아온 지적ㆍ도덕적 경험의 정수(精髓)를 습득하고, 시간과 공간의 벽을 넘어 다양한 어린이들을 만나고 교육적 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보통의 성인들과는 구분되는 품성, 자질 그리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요컨대 훌륭한 초등교사는 교과전문성과 도덕성은 물론이고, 자신을 둘러싼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어서 어린이들과 교육적 소통을 할 수 있는 열린 마음과 큰 자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교육대학생들을 지나치게 경쟁적인 임용시험에 몰아넣는 최근의 상황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과열된 경쟁적 상황은 자신을 둘러싼 소자아의 경계를 넘어서 대자아를 추구해야 할 예비교사들을 자신만을 생각하는 소자아에 계속 머물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