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목동훈기자]인천지역 도시·주거환경정비사업(이하 도시정비사업)은 양이 많고 총면적이 넓다. 방대한 만큼 도시공간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그러나 민간 주도사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그동안 방치된 것이 사실이다. 최근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도를 시범 시행하는 등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공공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 철거민과 경찰관의 생명을 앗아간 '용산참사'가 계기가 됐다. 도시정비사업은 '주민 갈등'과 '사업성 부족' 등으로 인해 더디다. 이 때문에 공공이 일정 부분 참여·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공공이 어느 선까지 참여·관리해야 하는가는 앞으로 고민할 과제다.

■ 도시정비사업 비중↑=인천에서 도시정비사업이 본격 추진된 시점은 2006년이다. 당시 인천시가 '2010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도시정비사업 붐이 일었다.

그동안 도시정비사업은 대규모 아파트 재건축과 주거환경개선사업 위주로 진행됐다. 간석맨션·구월주공·간석주공·주안주공·가좌주공 재건축, 향촌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 재건축사업의 경우, 주민간 갈등 등으로 인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인천지역 212개 도시정비사업 중 재개발이 120곳(858만7천273㎡)으로 가장 많다. 재개발 대부분은 기존 다세대주택 등을 헐고 아파트를 짓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건물주와 세입자 등 이해 관계자가 많아 재건축보다 힘든 사업이다. 또한 사업 특성상 수익성 위주로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

연세대 배웅규(도시공학과) 교수는 "인천시가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며 "무조건 짓고 최대한 뽑아먹겠다는 건 안 된다"고 했다. 또 "'원주민 입주 지수' 등을 개발해 적용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원광대 이양재(도시공학과) 교수는 "신도시 개발은 가급적 억제해야 한다"며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했다.

주민들이 시공사로 1군 건설사를 선호하다보니 지역산업 활성화에 보탬이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역건설업계 관계자는 "지역업체가 참여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시책이 있지만 '무용지물'이다"며 "조합(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업체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 공공역할 강화 필요=전문가들은 공공관리제도, 순환재개발 등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성수지구에 공공관리제를 도입했다. 투명하고 빠르게 진행돼 주민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건국대 행정대학원 김진수(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인천시는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며 "주민 교육도 필요하다"고 했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나 인천도시개발공사 등에서 사업을 관리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세종사이버대 강우원(부동산경영학부) 교수는 순환재개발 방식 도입을 제안했다. 강 교수는 "순환재개발 방식을 민간사업에 도입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면서도 "민간이 사업을 추진할 때 공공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 성수지구는 임시이주단지 조성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공공 역할을 강화하려면 예산과 '범위 설정'이 필요하다. 특히 인천시는 경제자유구역 개발, 아시안게임, 인천지하철 2호선 건설 등을 추진하고 있어 도시정비사업에 재정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

인천시 관계자는 "공공관리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인력과 예산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 "공공의 역할은 '개입'과 '간섭'보다 '지원' 개념이 되어야 한다"며 "민간 영역을 크게 침해하지 않는 '적정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 인터뷰 / 이제선 연세대 교수 "도시재생·정비사업 묶어 같이 가야"

신도시·구도심 균형정책 제안… 공무원 역할론·주민인식 전환도 강조

"도시정비사업도 도시개발·관리의 한 축이 되어야 합니다."

연세대 이제선(45·도시공학과·사진) 교수는 "도시재생사업과 도시정비사업은 역세권이냐, 주거지 중심이냐의 차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두 사업을 같이 묶어서 가야 한다"며 "조직이 도시재생국과 도시계획국으로 이원화돼 시너지 효과가 없고 논의가 힘든 것이다"고 했다. 또 "도시정비사업이 민간영역이라고 해서 영원히 방치할 것이냐"며 "공공관리제도와 순환재개발 방식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도시정비사업은 사업성이 낮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주민 갈등은 사업 지연으로 이어지고 결국 주민 부담만 늘게 된다.

이 교수는 "신도시와 구도심사업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구도심에는 기존 주민을 타깃으로 한 중소형 주택과 임대형 주택을 공급하는 등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주민간 갈등을 조정·중재하는 것은 공무원의 역할이다"며 "현장에서 목소리를 듣고 민원을 해결해 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공공이 땅을 빼앗아 이익을 내고 주민들을 내쫓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공공이 참여·관리한다고 해서 개발이익을 모두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공공이 참여·관리한 1~2개 사업이 잘 되면 불신이 해소될 것이다"며 "주민들도 서울 만큼의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