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영 (인하대 교수·객원논설위원)
[경인일보=]오랜만에 베이징을 다녀왔다. 2008 올림픽 이후, 베이징은 말 그대로 큰 변화가 있는 것 같았다. 삼환(내부순환로 3번)주변에 보이는 끝이 없는 빌딩들, 언제나 막히는 차량행렬,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 역동적이고도 번영하는 중국의 모습이 베이징에 나타나 보였다. 그러면서도 사회주의 중국의 수도여서 그런지, 상하이 등 남방도시와는 다른 규율과 안정도 보였다. 지인의 소개로 한국단체 관광객들이 모두 본다는 금면왕조 공연을 본 것도, 많은 한국인들이 이 쇼를 본 후 중국의 변화에 대해 감탄한다고 해서다.

금면왕조(金面王朝)쇼는 베이징내 가장 큰 테마파크인 환락곡(Happy Valley)에 화교들의 자금을 들여 건설한 화교단지(華僑城)에서 공연하는 일종의 뮤지컬이다. 내용은 중국고대 신화를 8단계로 각색해, 무용과 무대장식의 이동성을 통해 두 남녀의 낭만적인 사랑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뮤지컬은 당대 최고의 전문가들에 의해 연출돼 1시간 조금 넘게 몽환적인 분위기와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쇼를 본 후, 필자는 어떻게 이렇게도 정확하게 현재 중국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가 하는 점에 놀랐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은 화교를 포함한 '전 세계 중화민족의 일치단결'과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모습을 중국과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이어지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미국과 더불어 초강대국이 된다는 G2에 대해 이제는 아무도 반박하지 않을 정도로 중국의 국제적 위상은 높아진 것만 같다. 반면 한국에게 중국은 가장 큰 교역국이자, 가장 큰 투자처이고, 북핵 6자회담을 통해 중국의 역할이 나타나면서 한반도의 미래와 필수불가결한 관계를 맺은 국가로 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동북공정 등 과거의 역사나 중국동포인 '조선족'관련 등 서로의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금면왕조 쇼는 이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세계의 화교와 함께 한족(漢族) 중심의 중국에서 55개 소수민족도 포괄하는 말 그대로 '전 세계 중화민족의 일치단결'의 구호가 쇼에 녹아있었다. 반면 형식은 최신 중국 무대기술의 총 집합이라 할 정도로 초 현대적인 모습을 보였다. 즉 한편으로 나타난 것은 현재의 경제적 성장과 그에 따른 자부심이라면,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전 민족을 통합하려는 민족주의적인 모습도 강하게 나타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쇼를 본 필자의 감상은 무척이나 착잡했다. '미래' 초강대국이 되는 것이 확실한 중국이 '현재' 할 일은, '과거'를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해 재구성하는 것이 아닌, 지구촌 공동체와 함께 지구와 국제사회의 '미래'를 구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더욱 '중화민족적 표준'으로 나간다면, 동북공정을 넘어서는 분쟁과 갈등이 중국과 인접국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일본의 하토야마 신임 총리는 한-중-일의 새로운 통합을 주창했다. 또한 10월10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3국은 미래비전을 담은 '한·중·일 3국협력 10주년 기념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APEC참석 및 일-중-한 3국을 차례로 방문하는 오바마대통령은 아시아순방을 통해, 미국의 역할을 재확인하고 있다. 지난주 종료한 APEC에서도 보이듯이 다자적인 협력은 미래 지구촌 국제사회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에 더욱 강대해지는 중국의 동아시아 및 지구촌에서의 다자적 역할은 더욱 중요하고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여기에는 '중화민족'의 자민족 중심주의적인 요소보다는 지구촌을 배려하고 공동으로 가고자 하는 인식이 필요하다. 비록 중국의 민족주의 강조가 복잡한 중국 국내의 통합을 위한 '국내용'이라고 일부에서는 얘기하나, 그러기에는 중국의 지구촌에서의 역할이 '지금 여기에서' 급격하게 요구되고 있다. 중국의 역할은 미래의 일이 아닌 현재의 요청인 것이다.

지난 10월1일 중국 건국 60주년 군사퍼레이드가 열렸던 톈안먼 광장 양쪽으로 길게 늘어서있는 '조선족'을 포함한 56개 민족이 민속의상을 입고 춤을 추고 있는 거대한 기둥들을 바라보면서 여러 상념이 든 것은 왜 일까? 중국의 미래 역할 때문인가? 아니면 한국의 미래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