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용 (안양과학대학 겸임교수)
[경인일보=]지난 12일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이달곤 행정안전부장관의 안양권 3개시(안양·의왕·군포) 행정구역통합 배제 발언이 있었다. 그동안 통합을 갈망했던 안양권 시민들은 그 소식을 접한 후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다. 왜 '안양권'이 제외될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가 너무나 궁색하다. 그리고 그간 행안부가 추진해 왔던 일련의 과정에 비춰 처사가 너무나 이율배반적이고 무책임한 졸속행정을 보여 정부에 대한 심한 배신감마저 들게 한다. 어찌보면 이번의 발표로 '안양권 도시통합'은 물 건너간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는 안양권에 살면서 도시통합을 갈망해 왔던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정치권과 정부가 지역주민을 우롱한 연유가 무엇인지 그 것이 알고 싶다.

그동안 행안부는 통합시에 정부의 권한을 대폭 이양하고 행·재정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유사생활권의 행정구역통합을 유도해 왔다. 나아가 통합을 건의한 지자체를 순회 방문하며 지방의회와 간담회를 갖는 적극성을 보였다.

지난 10일 행안부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별 여론조사를 통해 얻은 그 결과를 발표했다. 50% 이상의 찬성을 얻은 안양권(안양 75.1%, 군포 63.6%, 의왕 55.8%) 등 6개 권역을 통합추진 대상지역으로 선정하고 11월 중 지방의회의 의견을 청취, 필요시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약속까지 덧붙였다. 그리고 꼭 이틀 후인 12일 행안부장관은 국회정치개혁특위에서 국회의원 선거구를 이유로 안양권을 통합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전격적인 발표를 했다. 결국 안양권 도시통합추진은 2일 천하로 끝났다. 국회의원 선거구를 위해 국민이 존재한단 말인가? 우리는 지금 민주주의의 주객이 전도되는 위험한 현장을 목격하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구역에 영향을 미쳐 안양권 도시통합이 불가능했다면 행안부는 애시당초 안양권은 여론조사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정부 부처 중 행정의 최대 역량을 가진 행안부가 도시통합을 기획하면서 그 정도의 사전 법적 검토도 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안양권 3개시가 통합되어 의왕시가 통합시의 구가 되면 과천시와 의왕구를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로 존치하면 된다. 이러한 사례는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포항시 남구와 울릉군이 하나의 국회의원 선거구(이상득 의원)로 획정되어 있다.

국회의원은 지방자치단체장과 달리 행정구역을 대표하기보다는 국민의 대표성(인구비례)을 우선시 하고 있다. 그래서 공직선거법 제25조에서는 이처럼 행정구역을 복수로 하는 국회의원 지역구를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지역구 명칭만 변경하면 의왕·과천시지역구가 현행대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 지역구가 안양권 통합의 관건이 될 수 없다. 다행히 신문지상을 통해 볼 때 당해지역(과천·의왕시)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가 행정구역통합은 주민투표를 통해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안부장관이 이대로 멈춘다면 지나치게 정치권의 눈치를 살핀다는 비난의 여론을 비켜가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행안부장관은 이대로 멈추지 말고 안양권 도시통합의 문제를 주민투표에 붙여 그 결과에 따라 갈때 정부와 정치권은 안양권 100만 시민과 역사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