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안전정보센터, 건강관리센터, 장난감월드, 무인민원발급기, 탁구장, 비보이댄스연습장 등이 지하철 역사를 지나는 시민을 끌어모으고 있다.인천지하철 역사는 서울을 비롯한 다른 도시의 지하철 역사보다 공간이 넓은 편이다. 그러나 부평역 등 이용객이 많은 역사를 뺀 나머지는 '수익 창출'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역사가 텅 비어있다시피 했다. 텅 빈 공간에 공공시설이 자리잡으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오고 있다.
우선 최근 예술회관역에 문을 연 식품안전정보센터를 꼽을 수 있다. 인천시가 올초 식품안전정보센터 설치 계획을 세울 때만해도 '지하'에 만들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식품안전정보센터는 남녀노소 누구든지 와서 신장·혈압·체성분 등을 측정하고 전문 영양상담사의 상담을 받는 곳이다. 무엇보다도 접근성이 좋아야 했지만, 목 좋은 자리는 비싼 임대료 때문에 꿈도 꿀 수 없었다. 연수구에 있는 한 여성복지시설에 자리가 났지만, 구석진 데 있고 마치 '창고같은' 환경 때문에 포기하는 일도 있었다. 결국 시는 식품안전정보센터를 지하철 역사에 설치하기로 하고 지난달 27일 개관했다. 공간이 좁았지만, 다른 대안이 없어 내린 선택이었으나 개관 이후 식품안전정보센터를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식품안전정보센터를 찾는 이들은 하루 평균 100여명. 지하철 역사를 지나면서 무심코 방문해 구경하고 가는 이들까지 포함하면 200명이 넘는다고 한다. 병원에서 체중과 체지방, 근육량을 검사하려면 1만원 이상이 들지만, 식품안전정보센터는 무료다.
식품안전정보센터의 최은지 영양사는 "예술회관 부근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내려오거나, 영화 상영 시간을 기다리는 20~30대가 찾아와 상담을 받고 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방윤숙 시 위생정책과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아 센터를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식품안전정보센터 설치와 같은 '지하철 행정'의 첫발은 '도담도담 장난감월드'가 내디뎠다. 도담도담 장난감월드는 만6세 미만의 영·유아를 둔 시민이 무료로 장난감, 책, 음반, DVD를 빌릴 수 있는 시설로 작년 5월 예술회관역에서 문을 열었다. 대여서비스 제공 뿐만 아니라 도담놀이터, 도담사랑방, 수유실 등을 운영해 부모와 아이가 와서 편하게 '육아놀이'도 할 수 있다.
이 시설을 운영하는 시 보육정보센터는 보육전문가를 배치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문강사를 초청해 양육기술을 알려주는 '부모학교'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교육 시간을 퇴근시간대인 오후 6시30분으로 정해 참여율을 높이고 있다. 이밖에도 '밥 먹기 싫어하는 아이를 바꾸는 법', '아이에게 상처주지 않는 현명한 대화법', '성장과 두뇌발달을 돕는 육아놀이' 등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예술회관역 장난감월드 방문자 수는 이제까지 3만700여명 정도다. 대략 한달 평균 2천명가량이 이용한 셈이다. 이처럼 장난감월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시는 지난 7월 작전역에 장난감월드 2호점을 개소했다. 2호점이 문을 열고 4개월만에 방문객 수는 무려 7천800여명이었다. 홍희경 시 여성정책과장은 "지하철 역사는 어린아이를 양육하는 부모가 쉽게 찾아와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며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정, 결혼이민자가정 등 소외계층과 세자녀 이상을 둔 가정에는 연회비 1만원을 면제해준다"고 말했다.
장난감월드의 성공 이후 인천시와 인천메트로는 지하철 역사를 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선 인천지하철을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구상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문학경기장역 대합실에서 '베쓰볼 인천-인천야구100년사' 특별전시가 열렸다. 인천시립박물관이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연 특별전시를 문학경기장역으로 옮겨 진행한 것이다. 이 전시는 인천메트로와 인천시립박물관이 지난 5월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진행됐다. 더욱 많은 관람객과의 소통이 필요한 박물관과 지하철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려는 인천메트로의 구상이 맞아 떨어졌다. 두 기관은 연간 7천여만명이 이용하는 지하철 이용객을 위해 ▲지하철 역사의 문화공간화를 위한 공동연구 및 시행 ▲문화예술 관련 자료 및 정보 공유 ▲양 기관의 사업 및 행사의 홍보 협력 ▲역사를 이용한 인천시 소장유물 및 예술품의 전시 및 활용 등에 관한 상호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박물관이 지하철로 나오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었다.
이같이 인천지하철 역사는 시민과 호흡을 함께하는 문화·체육·공공 시설 등으로 변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