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태순 (변호사)
[경인일보=]사법연수원 교수로 있을 때 사법 연수생들이 결혼 배우자를 데리고 와서 인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심지어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은 필자에게 주례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었다.

배우자로 선택한 사람들이 아름답고 훌륭하여 어디에서 이렇게 좋은 배우자를 찾아서 데리고 오나 하는 생각도 하곤 하였는데 그들에게 한결같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곤 하였다.

중세시대 유럽의 외눈박이 성주가 자신의 멋진 초상화를 후세에 남기고 싶어 하였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초상화를 그려주면 엄청난 포상을 주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화가들을 초청하였다.

처음 화가는 성주의 외눈박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완벽하게 그렸지만 성주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성주는 그 초상화가 자신의 모습이기는 하였지만 항상 콤플렉스로 생각하고 있는 외눈박이 모습이 싫었던 것이었다. 다음 화가는 그 소식을 듣고 성주가 애꾸눈임에도 정상적인 눈으로 완벽하게 재현한 초상화를 그렸지만 성주는 이 또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양쪽 모두 정상적인 눈을 가진 얼굴은 꿈에도 그리던 모습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어떤 화가가 초상화를 그렸는데 성주가 아주 흡족하여 많은 포상을 내렸다고 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나서 마지막 화가가 어떻게 성주의 초상화를 그렸는지 묻곤 하였다. 대부분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서 머뭇거리기도 하였지만 몇몇은 그 화가가 성주의 정상적인 눈이 있는 옆모습의 초상화를 그렸기 때문이라는 정답을 말하곤 하였다.

외눈박이 성주로서는 정상적인 눈만 있는 옆모습이 그려진 초상화가 자신의 모습임에 틀림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결점인 애꾸눈이 가려져 있어 드러낼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만족스러워 하였다고 추가 설명하곤 하였다. 결혼이라는 중요한 선택을 한 사법연수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이유는 서로에게 그와 같은 마음으로 결혼생활을 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하여서였다.

결점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모든 사람은 저마다 결점을 마음속에 품고 있고, 결혼 전에는 알지 못하였지만 결혼하여 매일매일 같이 살다보면 그 결점이 눈에 띌 수밖에 없을 터인데 그 대처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결점을 드러내놓고 말한다면 배우자는 자신의 결점을 스스로 더 잘 알기 때문에 더욱 마음 아파할 것이고 이는 두 사람의 관계에 보이지 않는 구멍을 점점 키우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그 결점이 아무렇지도 않다고 색깔을 씌우게 되면 배우자가 자신의 본 모습이 아니라 다른 환상의 모습을 좋아하는 것으로 보이게 되고 두 사람 사이의 진정한 결속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다.

어떤 선택이든 그 자체로 옳거나 틀린 선택은 없다. 어떤 선택을 하였다고 하여 100%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100% 실패로 확정된 것도 없다.

어떤 선택이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 선택에는 성공의 요소도 실패의 요소도 같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며, 선택을 한 사람이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좌우되는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지 주위의 찬성과 반대가 있을 수도 있지만 최종적으로 선택을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며,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해야 할 책임은 선택한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어떤 선택이든지 단점은 있게 마련이지만 스스로 자신이 한 선택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단점을 극복하면 주위의 사람들도 궁극적으로 그 선택에 대하여 동의하게 될 것이다.

필자가 선임한 형사사건의 의뢰인이 병 악화로 보석 석방되었다가 지지난 일요일 새벽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날은 낮에 사법연수원 제자의 결혼식 주례를 서기로 한 날이었던 까닭에 무거운 마음으로 결혼식장에서 주례를 서고 문상하러 갔었다.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결혼식과 삶을 마무리하는 장례식 사이를 오가면서 그 주인공들이 하였을 선택들이 옳게 입증되었음을 보고 싶어졌다.

보이지 않는 죽음을 앞두고 어려운 선택의 갈림길에서 힘든 고민을 하였을 고인의 명복을 다시 마음 깊이 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