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목동훈기자]개발과 보전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천 배다리.

옛 도심 재생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배다리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 곳 상인들이 배다리 보전 운동의 '불씨'가 됐고, 문화·예술인들이 희망의 '씨앗'을 심었다. 모두 부질없는 짓이라고 했다. 개발의 힘을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순수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 도로 건설사업을 추진한 지 11년여만에 '중구 신흥동 삼익아파트~동구 송현동 동국제강간 산업도로'의 배다리 구간이 지하화 결정됐다. 개발과 보전 논란의 중심에 있던 배다리를 역사와 문화가치를 살려 문화적으로 재생하는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주민들의 반발로 도로건설 사업이 중단된 배다리일대 전경.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예상은 빗나갔다.

인천시는 최근 '중구 신흥동 삼익아파트~동구 송현동 동국제강간 산업도로' 배다리 구간을 지하화하기로 결정했다. 시가 이 도로 건설사업을 추진한 지 11년여만의 일이다.

시 입장에선 배다리 구간을 지하화하겠다는 점 자체가 부담이다. 배다리 구간을 지하화하는 데 드는 비용은 350억원 정도. 시가 엄청난 공사비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지하화를 결정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제는 지상 구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의 문제가 있다. 이는 배다리 일대가 포함된 '경인전철 동인천역 주변 도시재생사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도 '공영개발 강행'에서 '주민의견 수렴 후 결정' 입장으로 선회했다. 최근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공영개발 방식의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 안에 설문조사와 분석을 끝낸 뒤 시 입장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동인천역 주변 도시재생사업의 경우, 배다리 일대에 (가칭)'문화예술촌'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배다리 일대를 동인천역 주변 도시재생사업지구에서 떼어내어 역사·문화를 보전하겠다는 취지다. 시가 '도로 지하화'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것을 보면 이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배다리는 서민의 삶과 애환이 서린 곳으로, 인천시민에게는 추억의 장소다. '헌책방 골목'과 '여인숙 골목', 인천지역 양조장의 효시인 '인천양조장' 건물 등 근대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배다리 옛 성냥공장 부지에 8층짜리 상가건물이 들어섰듯 배다리도 '개발 압력'을 피해갈 수는 없다. 하지만 기존 건축물을 거의 모두 쓸어버리는 식의 개발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는 것이다.

그동안 '배다리를 가꾸는 인천시민모임'은 배다리 일대를 역사문화마을(에코뮤지엄)로 조성해야 한다고 시에 요구해 왔다.

배다리 일대가 제외되면 동인천역 주변 도시재생사업의 사업성이 당초 계획보다 낮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인근 지역을 고밀도로 개발해 사업성을 맞추는 방안까지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 배다리 일대의 빈 집을 사들여 문화·예술인들의 생활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안도 있다고 한다.

일부 주민·시민단체의 저항이 '산업도로 일부 구간 지하화'로 이어졌고, '문화예술촌' 조성의 가능성을 높인 셈이다. 배다리가 인천에서 유일하게 골목길을 볼 수 있는 곳이 될 수도 있다.

'배다리를 가꾸는 인천시민모임' 이희환 공동집행위원장은 "배다리가 가지고 있는 역사와 문화 가치를 살려야 한다"며 "민·관이 함께 모여 배다리를 문화적으로 재생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