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고양/김재영·신창윤기자]'여자 헤라클레스'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그동안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버리고 4연패를 이룬 장미란의 눈물이었다.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그녀를 웃게 했다.
장미란(26·고양시청)이 2009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4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장미란은 28일 고양 킨텍스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최중량급(+75㎏) 경기 인상에선 136㎏으로 2위에 머물렀지만 용상에서 187㎏의 세계신(종전 186㎏)을 세운 뒤 합계에서도 323㎏으로 각각 1위에 올라 2개의 금메달을 안았다.
이로써 장미란은 2005년부터 4회 연속(2005, 2006, 2007, 2009년)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르며 '여자 헤라클레스'임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한국 역도 사상 세계선수권대회 네 차례 석권은 장미란이 유일하다.
또 이 대회 4연패는 세계 역도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1987년부터 시작한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부에서 4연패를 이룬 선수는 중국의 리야쥐안과 탕웨이팡 등 단 2명뿐이다.
장미란은 인상 1차 시기에서 131㎏에 실패하며 출발이 좋지 않았지만 2차 시기에서 131㎏에 성공한 뒤 3차 시기에서 136㎏을 들어올렸다. 장미란은 장점인 용상 1차 시기에서도 174㎏에 실패했지만 2차 시기에서 재도전에 성공하며 용상과 합계 우승을 확정했다. 기세가 오른 장미란은 3차 시기에선 자신의 세계기록(186㎏)보다 1㎏이 더 나가는 187㎏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또 한국은 29일 남자 최중량급(+105㎏) 경기에서 안용권(상무)이 인상 198㎏(3위), 용상 247㎏을 들어 올려 합계 445㎏으로 우크라이나 아르템 우다친과 동률을 이뤘지만 몸무게가 덜 나가 합계우승을 차지했다. 안용권은 몸무게가 142.23㎏, 우다친은 158.90㎏이다. 안용권은 용상에서도 우다친(245㎏)을 2㎏ 차로 따돌리고 금 1개를 추가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 6개, 은 3개, 동 5개로 중국(금18·은11·동10), 카자흐스탄(금9·은1·동2)에 이어 세계선수권대회 최고 성적인 3위를 차지했다. 한편 고양 세계역도선수권대회는 이날 오후 7시 킨텍스 그랜드볼룸에서 가진 폐회식을 끝으로 10일간 열전을 마무리했고 장미란은 여자부에서 최우수선수(MVP)에 해당하는 '베스트 리프터(Best Lifter)'로 선정됐다.
※ 장미란은 누구… 중3때 첫 바벨… 올림픽포함 5년연속 세계정상 '유일'
[경인일보=신창윤기자]'로즈 란'(장미란 애칭) 장미란은 여자 최중량급(+75㎏급)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역도 스타다.
장미란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당시 세계챔피언 탕궁훙(중국)과 접전 끝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2005년부터 4회 연속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정상 자리를 지켰다.
세계 여자 역도 사상 올림픽을 포함해 5년 연속 최고 권위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는 장미란이 처음이다.
장미란은 키 170㎝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과 순간적인 집중력으로 일찌감치 한국 여자 역도를 이끌어 갈 선수로 평가받았다.
상지여중 3학년이던 1998년 10월 역도 선수 출신인 아버지와 지도자의 권유로 바벨을 처음 잡은 장미란은 다음해 원주공고 시절부터 국내 독주 체제를 굳혔다.
특히 장미란은 2000년 제81회 전국체전 여고부 75㎏ 이상급 3관왕 이후 체전에서만 모두 금메달 29개를 쓸어담았다.
국제무대에서 장미란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에 이어 2005년 도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첫 세계 챔피언이 됐고 이듬해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선 중이염 악조건에도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앞으로 장미란의 목표는 '꿈의 200㎏'. 장미란이 용상에서 200㎏을 든다면 세계 여자 역도 사상 깨지기 어려운 대기록이 된다.
한편 장미란은 아버지 장호철(55)씨와 어머니 이현자(51)씨 사이의 1남 2녀 가운데 맏딸로 여동생 장미령(24)도 고양시청 소속 역도 선수다.
※ 인터뷰 / 국내 첫대회 부담됐는데 세계新 다행 "인상 3차시기 중량설정 순간 착오"
[경인일보=신창윤기자]"한국에서 열린 첫 대회라 부담이 컸지만 세계신기록을 달성해 다행입니다."
고양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세계신기록과 함께 세계 선수권 4연패 위업을 달성한 장미란은 그동안 부담이 심했던듯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마자 "경기가 끝나는 이 시간을 기다렸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장미란은 "처음 한국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기쁘다"고 말문을 연 뒤 "긴장을 늦추지 않고 방심하지 않아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에는 세계선수권대회를 한국에서 안 했으면 좋겠다"고 밝혀 그동안 국민의 높은 기대에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인상에서 2위에 그친 것에 대해 장미란은 "3차 시기에 나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해 136㎏을 들었는데 카쉬리나에게 3번째 기회가 남아 있었다"며 착오때문에 중량을 늘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장미란은 쉽진 않겠지만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한 걸음씩 묵묵히 걸어가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그는 "베이징올림픽 뒤 2012년까지 하겠다고 했는데 준비 과정이 쉽지 않다. 매년 체력적인 부분에서 이전 해와 다른 것을 느낀다"며 "매년 1~2㎏씩 늘린다는 생각으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경기가 끝났는데 무엇을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장미란은 "1주일동안 아무 것도 않고 집에서 쉬고 싶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