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대종사들=한국불교기자협회, 조계종출판사, 392쪽, 1만8천원

[경인일보=김선회기자]"벼랑 끝에서 손을 놓아버릴 수 있겠느냐."

▲ 법전 대종사
▲ 지종 대종사
조계종 종정 법전 대종사가 우리에게 던진 이 한마디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라는 뜻이지만, 또한 그의 수행담을 고스란히 압축한 말이기도 하다.

한겨울 다섯 되의 쌀이 떨어지기 전에 공부를 마치든가, 죽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하겠다는 일념으로 암자의 문을 걸어 잠그고 매진했던 그의 수행은 이미 불교계에서는 유명한 일화다.

불교는 참다운 인간성을 회복하도록 일러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종교이다. 여기 평생을 그 가르침대로 올곧이 살아온 30인이 있다. '대종사'(비구), '명사'(비구니)라는 최고 법계를 품수 받은 그들은 40년 이상을 부처님 법대로 살고자 수행 정진했고 또 지금도 그 길을 묵묵히 가고 있다.

대종사 27인과 명사 3인은 이미 세속 나이로 일흔을 훌쩍 넘었지만, 놀랍게도 아이처럼 맑은 얼굴과 목소리를 지녔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새벽 두세 시에 일어나 예불로 하루를 시작하고, 참선과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런 모습에서 젊은 시절 수행이 어떠했을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널빤지에 못을 박아 앞에 세워 놓고 잠을 자지도, 눕지도 않으며 용맹정진을 한 종산 대종사, 한겨울밤 맨발로 눈 속을 걸어 출가하기 위해 수덕사를 찾아간 설정 대종사, 파고다공원에서 거지들을 상대로 매일 법문을 한 무진장 대종사 등 그들이 털어놓은 출가의 길은 치열함 그 자체였다. 이제 그들은 명실상부 불교계의 큰스님으로 뭇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우리 시대 정신적 주춧돌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 초우 대종사
▲ 정무 대종사
이 책은 한국불교기자협회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는 책으로, 여름휴가를 반납한 채 취재에 참여한 기자 29명의 발품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전국의 사찰 곳곳에서 취재를 하는 가운데 몇몇 기자들은 언론 노출을 달가워하지 않는 대종사들로부터 "뭐 하러 내려왔느냐", "인터뷰 안할란다. 그냥 돌아가라"는 말을 들으며 면박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다 "기왕에 왔으니 차나 한잔하게"라는 말에 한시름 놓고 조심스럽게 묻고 듣기를 거듭한 끝에서야 이들은 겨우 취재를 마칠 수 있었다고.